유튜브 2000만 뷰 마미손 “복면은 악당과 진실의 은유”

[컬처]by 중앙일보

신드롬 일으킨 래퍼 마미손 인터뷰

정체 감추고 힙합 경연 참가

신곡 유튜브 공개, 댓글 8만 개

“말로 하면 의미가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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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는 사람만 있고 속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정체를 알지만 아무도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래퍼 ‘마미손’ 이야기다. 마미손은 지난달초 Mnet 힙합 경연 예능 ‘쇼미더머니777’(이하 쇼미)에 분홍 복면을 쓰고 나온 참가자. 특유의 플로우, 정확한 발음 등이 기존 유명 래퍼 ‘매드클라운’이라는 게 사실상 분명했다.

하지만 과거 쇼미에서 심사위원까지 맡았던 매드클라운은 “난 마미손이 아니다”라고 정색했고, 네티즌들도 “마미손을 매드클라운 따위와 비교 말라”며 장단을 맞추며 마미손 정체 숨기기는 일종의 놀이가 됐다. 마미손이 유튜브에 공개한 노래 ‘소년점프’는 조회수가 한달 만에 2000만(23일 현재 2370만), 댓글은 8만 개를 넘길 만큼 화제다. 정체불명, 아니 정체분명한 마미손을 22일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만났다.




Q : 이 질문부터 해야겠다. 마미손은 매드클라운인가.




A : “마미손은 절대 매드클라운이 아니다.”




Q : 그럼 둘이 어떤 관계인가.




A : “글쎄, 분명하지만 분명하다고 말할 수 없는 관계다(웃음). 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흥미를 느끼고 또 뻔뻔하다는 듯 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러려니 그냥 넘어간다. 한 명의 엔터테이너로 인해 사람들이 즐길 거리를 찾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즐거워하는 게 기분이 좋다. 단순히 TV 속 연예인이었다면 핑퐁 게임처럼 서로 주고받는 게 가능했겠나. 유튜브 댓글도 적극적으로 보고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한다. 창의적인 댓글이 많아 아이디어를 얻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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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마미손은 언제 기획된 캐릭터인가.




A : “쇼미를 통해 하고 싶었던 무대가 있었는데 기존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서 정체를 숨기기로 했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변신을 해보고 싶었다는 욕심이 있었고, 마미손 캐릭터와 마미손이 벌이게 되는 행각을 통해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은유를 마미손을 통해 풀고 싶었다.”




Q : 그 말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A : “그걸 말로 뱉는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웃음). 11월 중순 알 수 있을 것이다. 11월 이후 마미손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기대되기도 하는데 사실 겁이 더 많이 난다.”




Q : 왜 하필 고무장갑 브랜드 이름 ‘마미손’이었나.




A : “가난하기 때문이다(웃음). 복면을 써서 가리는 게 사실 제일 저렴한 방법이었다. 마침 핑크색 복면을 써봤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어, 너 마미손 같다’고 하더라(웃음).”


마미손은 이번 쇼미 경연 초반 탈락한 직후 유튜브에 노래 ‘소년점프’를 공개했다. 소년점프는 마미손을 떨어뜨린 스윙스·기리·팔로·코쿤 등 래퍼들을 악당으로 규정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자신의 실패는 ‘소년점프’ 만화책의 주인공처럼 한 차례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설 추진력을 얻기 위한 계획이었다고 노래한다. 네티즌들은 수많은 패러디 곡을 만들어 올리고, “학계 정설에 따르면 마미손은 가수 길”이란 식의 가설도 장난삼아 올린다. 어설픈 댄스도 나온다. 리듬에 맞춰 단순하게 손을 교차하는 춤인데 마미손은 이마저도 틀리고 허우적댄다.




Q : ‘엉거주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A : “뚝섬 한강공원에 갔는데 어머님들이 거기서 에어로빅 같은 걸 하고 계시더라. 그때 따라 했던 것을 그대로 한 것이다.”




Q : 마미손을 통해 뭘 얘기하고 싶었나.




A : “우리 사회에 어떤 ‘악당’들이 출연했을 때, 심판을 내려야 하는 주체가 정말 속 시원히 “저 사람이 악당”이라며 복면을 벗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대략 우리는 정체를 알고 있다. ‘속이는 사람만 있고 속는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핵심은 그때 우리들은 그 복면을 벗기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마미손은 진실에 대한 메타포다. 지금 마미손의 복면을 벗겨버리려고 하는 적극성과 대비를 이루지 않나.”




Q : 젊은 층이 왜 마미손에 호응한다고 보나.




A : “소년점프 첫 소절에 “와 나 X발 완전히 X됐네”라고 했을 때 그게 정말 와 닿았고, 그걸 뱉는 방식이 통쾌했던 것 같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악당들아 기다려라 나는 죽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있지 않은가.”




Q : 메시지가 간단하면서 명확하다.




A : “곡을 만들 당시 ‘이런 메시지를 넣어야지’ 하진 않았다. 쇼미에서 떨어지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 최선을 다해 내 얘기를 솔직하게 했다.”




Q : 마미손에서 악동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느낌이 난다.




A : “사실 뱅크시를 되게 좋아한다. 7~8년전 영국 브리스톨에 뱅크시 전시를 보려고 직접 갔던 적이 있다. 이번 소더비 경매에서 했던 퍼포먼스도 정말 통쾌했다. 찰리 채플린과 뱅크시, 두 아티스트를 정말 좋아한다. 마미손도 무의식적으로나마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간 국내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그는 “인터넷에서는 자기가 보고 싶은 뉴스만 보기 때문에 연령대 높은 분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며 “이번 인터뷰로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또 인쇄된 신문과 마미손의 만남이 웃길 것 같아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음원사이트를 악당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사이트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미손은 “이 악당들은 에피소드 1~5 정도로 쉽게 끝낼 수 있는 악당들이 아니다. 유튜브 같은 대안적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다른 아티스트들도 이를 시도할 것”이라며 “그 자체로 악당에 대한 상징적 단죄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흥미롭고 희한한 퍼포먼스의 최종 목적지를 어디일까. 마미손은 “마미손은 돈도 벌어야 하고 악당도 물리쳐야 하고 그러면서도 즐거워야 한다”며 “언젠가 이 놀이가 재미없어지면 그때 ‘사실 나 누구 누구였어요’라고 정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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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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