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없는 만둣집이 대박난 비결 뭘까

[비즈]by 중앙일보







대한민국은 식당 천국이다. 전국적으로 66만개의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으니 경제활동 인구 2800만명 기준 인구 42명당 식당이 한 개꼴이다. 식당 창업 후 1년 생존율 59.5%, 5년 이내에 살아남을 확률 17.9%에 불과한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업적으로 성공한 어느 외식 경영자가 국정감사장에 나와 국회의원들은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을 구별하지 못한다며 질타하는 것을 보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가가 골목상권을 살린다며 자영업자의 신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아이러니를 느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식당수가 너무 많다. TV만 틀면 소위 대박집이라고 난리를 치는 식당 중 그들만의 독특한 레시피와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맛집도 있겠지만, 외주 제작사에 일정한 비용을 주고 의뢰해 일단 맛집으로 소개된 후 바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해 무너지는 식당도 부지기수다.


TV에 비친 성공만 보고 오늘도 아무 준비 없이 매년 18만명이 매일 세무서에 들러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고 19만명이 처절히 문을 닫는다. 한국에서 외식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간판·인테리어·중고장비 처리 업체란 말이 나돌 정도다. 폐업의 후폭풍은 너무 커 가정이 붕괴하고, 급기야는 이혼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외식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요약해서 말하면 Q(quality), S(service), C(concept)다. 좋은 품질의 재료로 독창적인 메뉴를 가장 맛있게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 내는 능력과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변함없는 친절, 그리고 식당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인테리어를 포함한 매장의 컨셉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을 때 그 식당은 성공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모자라면 고객이 지불하는 ‘가치 가격(value price)’은 떨어지고, 이런 것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어느덧 고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결국엔 폐업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지금껏 약 300여개 이상의 식당, 카페 등을 컨설팅하고 오픈하면서 실로 다양한 점주들을 만나 보았다. 요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조리사로부터 평생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어느 구청 직원, 부모님을 설득해 창업자금을 얻어 독립한 청년 창업자, 커가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겠다 싶어 부업 전선에 뛰어든 주부 창업자까지 많은 분의 창업과 갱생을 지도하면서 외식업이 왜 이리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소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소자본 창업, 생계형 창업이 더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도 외식시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음식을 잘 개발하고 음식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조리사 출신이 식당을 창업하면 성공해야 하는데 오히려 여러 가지 직업군 중 가장 빨리 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식업은 고객이 마지막 지갑을 열고 계산할 때 느끼는 가치 가격에 의해 다시 이 집을 올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 조리사 출신은 음식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비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안다. 손님이 조금만 많아지면 욕심이 나 재료비를 바로 줄여버리는 이유다.


외식업의 본질은 맛이 있어야 한다. 인테리어도, 친절도 중요하지만 맛없는 식당엔 친형제도 가지 않는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를 써야 하는 게 기본. 이익이 눈에 밟히면 재료의 질을 자꾸만 떨어뜨린다. 또한 맛을 균등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메인 조리장이 쉬는 날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식당에 손님이 끊기는 건 당연하다.


내년도 최저 시급이 8350원인데 불과 3년 전인 2015년엔 5580원이었다. 무려 34%나 인상된 것이다. 물론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임금이 올라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간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식당 영업 특성상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데, 최저시급과 법정 근로 시간을 적용해 아무 경험이 없는 주방보조나 설거지하는 직원 연봉이 3000만원에 육박하게 된 것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겐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식당수가 너무나도 많아 영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현실에선 고용 조리사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운영 자체가 안된다. 매장에서 조리하는 메뉴는 맛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과중한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이 날 수가 없다. 또한 조리기구의 과투자로 초기 투자비도 많을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8년간 양식 전문 셰프로 일해 온 유승용 대표가 최근 인사동 쌈지길에 창업한 인사동 대장만두가 좋은 예다. 약 40여년간 조리업계에 종사한 전문가인 유 대표는 조리사가 필요 없는 독특한 만둣가게를 기획해 오픈했다.


본인이 개발한 레시피를 가지고 위생이 완벽한 공장에서 생산한 만두를 인사동 매장에 보내고, 매장에서는 아무 조리 경험이 없는 판매직원이 만두를 찌거나 튀기는 단순 기능만 수행하게 했다. 대장만두는 뛰어난 맛으로 오픈 몇주 만에 줄을 서는 등 인사동 맛집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인사동 대장만두의 성공 요인은 찜기와 튀김기, 세정대, 냉장고 등 아주 기본적인 주방설비만 갖추어 초기 투자비를 1000만원 미만으로 낮추어 투자리스크를 줄였고, 고임금의 조리인력이 필요 없는 무경험 판매직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이로써 인건비를 대폭 줄여 운영 경쟁력을 확보했고 무엇보다 고품질의 만두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신뢰를 확보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40여년을 근무한 조리 전문가가 왜 조리사가 필요 없는 매장을 창업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것은 인건비 중심의 현 국내 외식시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으로 식당으로 살아남을 길은 창업자 본인이 조리를 완벽하게 할 줄 알아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 응대가 가능한 실력을 갖추거나 아니면 아예 조리사가 필요 없는 메뉴 구성을 조화롭게 해 운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준혁 전 상지대 겸임교수

중앙일보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