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로 물 안 데우는, 펄펄 끓는 온천은 어디?

[여행]by 중앙일보

우리나라 온천 절반은 저온 온천

창녕 부곡, 70도 넘는 고온수 콸콸

굴뚝 없고 냉각탑만 있는 동래 온천

왕이 피부병 고친 수안보는 53도

51도에 달하는 신흥 석모도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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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무려 437개 온천이 있다(2018 전국 온천현황, 행정안전부). 온천이라고 해서 모두 따뜻할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온천의 상당수는 ‘차가운 온천’이다. 온천법에 따라 온천공에서 용출된 물의 온도가 25도만 넘으면 온천의 조건을 충족하는데, 국내 온천의 49%는 수온이 25~30도밖에 되지 않는 저온 온천이다. 뜨겁다 싶은 고온 온천(수온 45도 이상)은 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이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온천다운 고온 온천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다. 시린 추위를 잊게 해줄 우리나라 대표 고온 온천 4곳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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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은 경남 창녕의 부곡 온천이다. 1973년 신현택 씨가 온천을 발견했는데, 원천의 온도는 최고 77에 달했다. 부곡 온천에서는 하루 온천수를 6000t 채수할 수 있어 온천 업장이 온천수를 나눠 쓰고 있다.

오랫동안 부곡 온천의 랜드마크는 국내 최초 워터파크 부곡하와이였다. 국내의 대표적 여름 휴양지의 하나였던 부곡하와이는 1979년 개장한 지 38년 만인 2017년 폐업했다. 신생 워터파크의 득세에 지난 10여 년 간 부곡하와이 입장객은 10분의 1로 줄었고, 업장은 적자에 허덕였다. ‘세련된 여름 휴가’의 상징과도 같았던 부곡하와이가 문을 닫은 것이 아쉽지만, 여전히 부곡 온천에는 뜨거운 온천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온천 업소와 실내수영장 등을 갖춘 간이 물놀이 업소만 22곳에 달한다. 노천탕이 있는 부곡레이크힐스, 3~4명이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크기의 가족 욕조가 딸린 부곡로얄호텔이 특히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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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장은 보통명사다. ‘온천수로 목욕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온천장이다. 부산에서는 고유명사다. 동래온천 주변이 온천장이다. 행정구역은 부산시 동래구 금강공원로(온천동)다. 조선 초기부터 일본인 사이에 동래온천의 명성은 자자했다. 개항(1876년)하자마자 일제는 동래온천 경영권 일부를 인수했다. 온천장이 온천 휴양지로 개발된 것도 이때부터다. 차차 일본인 전용 목욕탕이 들어서고 부산진에서 동래까지 전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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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온천장은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었다. 지금도 온천장에는 목욕탕과 온천여관 23개가 있다. 온천장의 ‘물’만큼은 여전하다. 동래온천의 평균 수온은 61도로 우리나라 2위다. 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니 온천장에는 굴뚝이 없다. 물을 식히는 냉각탑만 있다. 동래 온천을 공짜로 즐기려면 동래구청 앞 노천족탕을 찾으면 된다. 하루 25t의 온천수가 공급된다.

동래 온천의 명물 중 한 곳이 농심호텔에 딸린 온천시설 허심청(虛心廳)이다. ‘마음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간다’는 의미로 5층 규모의 건물 4층과 5층이 목욕탕인 ‘천지연’이다. 동시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1월 1일에는 하루 8787명이 목욕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목욕탕 시설은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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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수안보 온천은 ‘왕의 온천’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숙종이 수안보 온천에서 욕창을 고쳤다’는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특히 피부병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1940년대 경북의 한 고장에서 온 문둥병 환자가 보름간 온천욕을 해서 나았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져 내려온다. 9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걷던 수안보 온천은 최근 옛 명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물이 좋아서다. 약알카리성인 수안보 온천수는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충주시에서 온천물을 뽑아서 각 업장에 나눠준다. 원탕 물은 항상 섭씨 53도를 유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수온이 높은 온천이다. 수안보 파크 호텔(suanbopark.co.kr)은 휴식을 겸할 수 있어 좋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탕에서 눈 덮인 월악산 정상을 바라보면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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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석모도 삼산면에 있는 ‘석모도미네랄온천’은 2017년 1월 개장하자마자 이목을 끈 신생 온천이다. 실내 목욕탕만 있는 여느 국내 온천과 달리 노천탕에 중점을 둔 온천이서다. 온천에 가장 사람이 몰리는 시간은 일몰 전후다. 노천탕에 몸을 푹 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해에 뉘엿뉘엿 잠기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낙조가 드리우는 날에는 하늘도 바다도 욕조 속 온천물도 붉게 물든다.

일몰 풍경도 풍경이지만, 석모도미네랄온천의 최대 자랑거리는 바로 온천 그 자체다. 온천을 지하 460m에서 끌어올리는데, 수온이 51도나 된다. 한겨울에도 물을 데울 필요가 없다. 온천공이 온천에서 2㎞ 떨어져 있어, 온천까지 물을 끌어오는 동안 입욕하기 알맞은 온도로 식는다.


석모도 미네랄 온천은 바다와 바투 붙어 있는 터라 온천에 해수가 섞여 있어 바닷물처럼 짜고 끈적끈적하다. 온천을 마치고 비누로 씻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기를 말려 미네랄 성분을 흡수하는 게 좋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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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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