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걱정 마세요… 유리 온실에 가득한 풀 내음

[여행]by 중앙일보

도시서도 즐길 수 있는 온실 3

방문객 124만 넘은 서울식물원

동백꽃 활짝 핀 창경궁 대온실

세종 베어트리파크 분재원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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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유난히 모질다. 추위도 추위지만, 더 혹독한 건 미세먼지다. 산천도 도심도 뿌옇게 닫힌 지 오래다. 아이들의 기침 소리에 부모들은 문을 굳게 닫았다.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한반도를 장악한 미세먼지를 피해 온실을 찾았다. 사실 온실은 겨울 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눈이 오든, 미세먼지가 닥치든 상관없이 초록을 만날 수 있는 곳, 추위를 피해 얌전히 틀어박힐 수 있는 곳이 바로 온실이다. 마침 서울식물원에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는 커다란 고무나무가 온실 곳곳을 떠받치고 있었다. 창경궁 대온실엔 벌써 유자가 여물고, 동백이 꽃을 피웠다. 세종 베어트리파크에선 극락조화가 한껏 멋을 부렸다. 온실마다 풀 내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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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변두리 마곡동에 지난 10월 서울식물원이 임시 개장했다. 날은 차고, 곳곳이 아직 공사판이지만 입장객이 벌써 124만 명(13일 기준)을 넘었다. 열대 밀림을 방불케 하는 식물문화센터 덕분이다. 가양동에 사는 김이영씨는 “따뜻하고 미세먼지도 없다”는 이유로 일곱 살 딸과 날마다 출근 도장을 찍는단다.

7555㎡(약 2285평) 규모의 식물문화센터는 차라리 돔구장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몸집이 크다. 유리 온실만 지름 100m, 높이 28m에 달한다. 20m까지 자라는 바오바브나무와 대왕야자가 이곳에 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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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은 열대관에서 시작해 지중해관으로, 다시 열대관을 위를 지나는 스카이워크로 이어진다. 일단 온실 문이 열리면, 숨통이 트인다는 말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12m 높이의 벵갈고무나무를 비롯해 인도보리수·안스리움·바링토니아 등 미세먼지 잡는 정화 식물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외투는 금세 거추장스러워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온실의 평균 온도는 20~25도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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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귀처럼 잎이 넓은 콜로카시아기간테아, 줄기를 자르면 붉은 액체가 흐르는 용혈수, 물병처럼 배가 볼록한 나무 케이바 초다티 앞에선 누구나 인증 사진을 찍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2156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서울식물원은 현재 무료다. 정식 개장하는 5월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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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대온실의 역사는 기구하다. 1909년 일제가 궁을 훼손하며 유원지 격인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궁 안에는 동물원과 서양식 정원이 들어섰다. 가느다란 철골에 유리 벽을 세운 국내 최초의 서양식 대온실도 이때 들어섰다. 84년 우리 정부가 일제 건축물을 모두 철거했지만 문화적 가치가 높은 대온실은 남겨뒀다. 2016~2017년, 1년 3개월의 보수공사를 거쳐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현재 대온실에는 우리 고유 식물이 많다. 백두산 좀철쭉, 울릉도 갯제비쑥 등 재래식물 80여 종이 자란다. 봄의 전령 동백과 홍천조는 벌써 붉은 꽃을 피웠다. “대온실은 바깥보다 계절이 한 달 가량 빠르다”고 박순정 관리사는 설명한다. 아니나 다를까. 추위에 약해 제주도와 남부 섬에만 자란다는 백량금에도 열매가 촘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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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가운데에는 ‘32년 만에 돌아온 창경궁 소철’ 문구가 달린 나무가 있다. 83년 창경궁 복원 공사 때 충남 금산에 분양했던 소철이 2015년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천연기념물 ‘후계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천연기념물 일부를 채취해 키운 나무라는 뜻이다. 전북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제122호), 경남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제63호) 후계목이 대표적이다. 이웃한 창덕궁 향나무(제194호)의 후계목도 대온실에 있다. 어미 나무의 나이는 대략 750살을 헤아린다. 창경궁 입장료 1000원(만 24세 이하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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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150마리가 사는 세종 베어트리파크도 한겨울 포근히 틀어박힐 수 있는 곳이다. 33만㎡(약 10만 평) 대지에 1000여 종의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큼지막한 온실도 3개나 있다.

‘만경비원’은 만 가지 풍경을 품었다는 온실이다. 992㎡(약 300평) 규모의 복층 온실로 300여 종의 식물로 빽빽하다. 붉은 열매가 박힌 피라칸사스, ‘밍크 선인장’이란 별명이 붙은 백막룡 철화 등 보기 드문 식물들로 가득하다. 오랜 세월을 거쳐 돌처럼 굳은 값비싼 나무화석도 볼 수 있다. 요즘은 먼지를 빨아들여 공기를 맑게 하는 틸란드시아가 단연 인기다. 날갯짓하는 듯한 극락조화, 일생 단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아나나스 등이 있는 열대식물원도 화려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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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분재원에 있던 화초와 나무들은 실내 분재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겨울에는 섬세한 분재 가지의 수형을 보다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어 필수 관람코스로 꼽는다. 겨울에만 여는 실내 양어장도 있다. 정문 앞 연못에 살던 비단잉어 1000마리의 겨울 보금자리다. 비단잉어는 빛깔과 무늬에 따라 품종이 다르다. 품종·성별·크기별로 여러 수조에 나뉜 비단잉어가 일제히 헤엄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장관이다. 먹이 주기 체험(1000원)을 하면 비단잉어 무리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어른 1만3000원(주말 1만5000원), 어린이 8000원.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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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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