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마크]김진태 “태극기는 황교안 좋아하지 않는다”

[이슈]by 중앙일보

“개표함 열리면 황교안‧김진태 2강 확인할 것”


“탁상머리 고관대작은 나라를 구할 수 없다! 야당다운 야당 만들 난세영웅 누구인가!”


사회자의 질문에 태극기 물결 속에서 “김진태”라는 우렁찬 대답이 나왔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지자 대회가 열렸다. 이 날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했다.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이번 전당대회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나, 2강(强) 구도”라고 자신하는 김 의원을 2일과 7일 밀착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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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태극기‧성조기, ‘보수의 아이콘 김진태’라고 적힌 플랜카드, 박 전 대통령 생일을 기념하는 금색 배지로 무장한 지지자들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하나 둘 광장에 모여들었다. 단상에 뛰어올라 “여권의 각종 논란에 장외투쟁도 못 하는 게 무슨 야당인가”라고 말문을 연 김 의원의 목소리에도 갈수록 살이 붙었다. 김 의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을 거론하며 “여론조작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은 무효”라고 말하자 “옳소!”라는 외침과 큰 박수가 쏟아졌다.


최근 전대를 앞두고 각 주자들의 ‘태극기 구애’가 뜨거워지고 있다. 태극기 부대는 지난해부터 대거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세력을 키워왔다. 황 전 총리는 “귀한 분들”이라며 포용 의지를 밝혔고, 홍준표 전 대표도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장외투쟁”을 주장하며 이들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날 모인 태극기 부대는 김 의원의 손을 들었다. 강정훈(80)씨는 “황 전 총리는 박력이 없다. 좌파와 싸우기엔 약하다”고 말했다. 전순자(78)씨도 “김 의원은 탄핵 때부터 2년 간 계속 아스팔트에서 시민들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한 구석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생일 기념 배지를 팔던 안모(60)씨는 “황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때 아무것도 안 했다. 수많은 태극기 당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8일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가 27~28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과 겹친 전대를 늦춰달라는 후보들의 요청에 "일정변경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황 전 총리를 제외한 6명(홍준표·오세훈·심재철·정우택·안상수·주호영)의 후보들이 전대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김 의원은 어떤 생각일까. 다음은 7일 김 의원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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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전대 일정이 변경되지 않았다


A : 난 보이콧 안 한다. 일정을 어쩔 수 없는 건데 징징대지 말라. 다른 후보들이 안 한다면 황 전 총리와 나, 둘이 붙겠다.




Q : 이번 전대 3강(强)을 꼽자면.


A : 황교안, 김진태. 2강이다. 나머지 분들은 개표함 열리는 날 참 당황스러울 거다.




Q :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없나.


A :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정치란 대중동원능력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YS(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에 이렇게 몇 만 명의 지지자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반드시 내가 된다.




Q : 황 전 총리와 지지층이 겹치는 것 아닌가.


A : 황 전 총리가 나오면서 피해 본 사람들은 오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다. 오히려 내 지지층과는 안 겹친다. 태극기와 친박은 황 전 총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7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 온 유영하 변호사가 한 방송에 출연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도 모르는 황 전 총리가 친박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정치권의 소문에 무게를 실어준 셈이다.




Q :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은 누구에게 가 있나.


A : 면회도 못했는데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이것만 말하겠다. 오늘 서울구치소에 박 전 대통령의 독방에 CCTV를 24시간 돌리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항간에 그런 소문이 도는데, 관례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난 행동으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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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홍준표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장외투쟁을 하자고 했다.


A : 양치기소년이다. 그 말 아무도 안 믿는다.


한편 이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탄핵을 부정하지 말자. 박 전 대통령도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 : 오 전 시장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A : 탄핵하길 잘했다는 건가? 그럼 그냥 바른미래당에 있지 이 당엔 왜 왔나. 오 전 시장이 대표가 되면 싸우기는커녕 본인이 오락가락한 행적 설명하기도 바쁠 거다. 자기 당 대통령을 끄집어 내려놓고서 그걸 잘했다고 하면 이 당이 그냥 해체가 되는 게 맞다. 나라도 그런 당에는 표를 안 줄 거다.




Q : 탄핵은 반성할 필요 없다는 건가.


A : 당연하다. 내가 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탄핵에 반대하는 당이 되는 거다.




Q :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를 안으면 중도 확장이 멀어진다. 그대로 총선 승리가 가능할까.


A : 고생하는 애국자를 멀리하며 가슴 아프게 하고 유승민‧하태경을 데려오면 총선 승리하겠나. 중도 표는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중심 잡고 할 일 할 때 자연스럽게 오는 거다. 2년 동안 중도 쫓아다녔는데 당이 이 모양 이 꼴이다.




Q : 그럼 김진태의 ‘보수통합’은 뭔가.


A : 애국 우파 시민들과 한 몸으로 스크럼 짜고 싸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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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부장검사를 지냈다. 2012년 새누리당에서 춘천에 공천을 받아 처음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 입문 5년 만에 201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 2등을 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Q : 정치를 하는 이유가 뭔가.


A : 애국하기 위해서다. 무너져 내리는 나라를 지키려고 시작했고, 싸울 이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Q : ‘극우’라는 비판도 받는다. 정치 행보를 가족이나 주변에서 말리진 않나.


A : 촛불이 극성일 땐 부정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나마저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변했다며 다들 은근슬쩍 자리를 옮기는데, 나까지 변하면 우파의 기준점이 흔들린다. 지금은 주위에도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Q : 정치적 라이벌이 있나.


A : 내 정치적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 매일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나 인간적인 고민도 많다. 그래도 지지자들 생각하며 힘낸다.


2일 김 의원의 지지자 대회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한 지만원 씨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지 씨를 당의 5‧18 진상규명조사위원으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지 씨는 최근 자신을 조사위원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 “미친 X” 등 거친 표현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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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각종 논란에도 지 씨를 추천하는 이유가 뭔가.


A : 당 대표 후보들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자처해도 5‧18 얘기만 나오면 다 도망 갈 거다. 당장 좀 어려운 여론 때문에 뒷걸음질 칠 게 아니라 5‧18의 본질을 잘 아는 지 씨를 앞세워 싸워야 한다. 이렇게 호재가 왔는데 벌써부터 꽁지 내리고 있으니 야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대여 투쟁력을 강조한 김 의원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무효’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검찰이 수사를 미적대 시간을 벌어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직접 연관된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에 대해 특검을 도입하고 대선무효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전 당 지도부가 “대선이 끝난 지 2년이 지났는데 불복 운운하지 말라”며 선을 그은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Q : 당 지도부는 드루킹 사건을 비판하면서도 대선 불복 선언은 아니라고 했다.


A :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대선불복이냐고 한마디 하니 왜 다 꽁지를 내리나. 야당 할 생각이 없는 거다. ‘그럼 당신들은 18대 대선을 인정했었나, 임기 내내 국정원 댓글 부정선거라고 했지 않느냐’라고 반박해야 한다. 대선무효, 나아가 당선 무효 투쟁을 해야 한다.




Q : 여당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가 내린 보복판결”이라고 주장한다.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A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보다도 더 치욕스러운 일이다.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할 수밖에 없다면 지금 대법원장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지난 정권 대법원과 지금 정권 대법원은 완전히 별개인가? 인민재판이다.


김 의원은 모든 질문에 두괄식으로 짧게 답하며 자신감을 비쳤다. 준비한 20여 개 질문을 끝내는 데 30분이 채 안 걸렸다.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선 그가 악수를 청하며 덧붙였다. “난 말로만 하는 사람 아니다. 두고 보라.”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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