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안현수 못찾던 쇼트트랙, 젊은 그대들이 나간다

[트렌드]by 중앙일보

쇼트트랙 5·6차 월드컵 개인전 金 싹쓸이

2014 소치 노메달 굴욕 겪었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가파른 상승세 이어가

평균연령 21세로 세대교체도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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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이후 에이스 계보가 끊어졌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쇼트트랙 월드컵 5,6차 대회 개인전을 휩쓸었다.

임효준(23·고양시청)은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8-2019 ISU(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41.314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000m에선 황대헌(20·한국체대)이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전날 500m 1차 레이스에서도 우승했던 황대헌은 이번 대회 남자부에서 유일한 2관왕이 됐다.


9일 1500m에서도 김건우(21·한국체대)가 우승한 한국은 이번 6차 대회 남자 개인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싹쓸이 했다. 박지원(23·성남시청)과 홍경환(20·한국체대)도 10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 선수 전원이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은 앞서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5차 대회에서도 개인전 금메달을 독식했다. 임효준이 500m, 황대헌이 1000m 1차 레이스, 박지원이 1000m 2차 레이스, 김건우가 1500m를 석권했다. 부상 후유증을 겪고 있는 최민정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심석희의 페이스가 떨어진 여자 대표팀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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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은 한국의 메달밭이다. 겨울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31개 중 24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연달아 배출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2관왕 김기훈, 세계선수권 11회 우승에 빛나는 김동성, 2006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이 에이스 계보를 이었다.


그러나 남자 쇼트트랙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하락세를 그렸다. 안현수는 부상 여파로 2007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때는 국내 대표선발전도 뚫지 못했다. 이후엔 2014 소치 올림픽 출전을 위해 개최국 러시아로 귀화했다. 안현수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진규는 골육종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2016년 세상을 떠났다. 결국 소치 올림픽에선 금메달은 커녕 노메달로 대회를 마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사이 경쟁국들은 한국의 기술과 훈련법을 익혀 성장했다. 세계 쇼트트랙이 상향평준화됐지만 한국만 뒷걸음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난해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다시 도약하고 있다. 임효준은 1500m에서 한국 선수단 전체 첫 금메달을 신고했다. 계주에선 아쉽게 입상에 실패했지만 4개(금1, 은1, 동2)로 출전국 중 가장 많은 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이후 치러진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1차 대회에선 노골드에 그쳤지만 2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 3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데 이어 5,6차 대회(4차 대회는 미개최)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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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전망이 밝은 건 선수들이 어리기 때문이다. 올해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한 선수들은 1996~2000년생으로 평균연령은 21세다. 그렇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건 아니다. 임효준과 황대헌은 이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냈다. 막내 이준서(19·신목고)를 제외한 박지원, 김건우, 홍경환도 모두 대표팀에 승선한 경력이 있다.

한국이 초강세인 1000m와 1500m는 물론 단거리인 500m에서도 메달이 쏟아진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국이 겨울올림픽에서 약세를 보인 종목이 500m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금3, 은3, 동1개를 수확했다. 임효준과 황대헌은 뛰어난 스타트와 파워로 500m 세계최강 우다징(중국)과도 겨뤄볼만한 수준으로 기량을 끌어올렸다.


다가오는 3월 세계선수권도 한국 선수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수 중 세계선수권 최상위 입상자는 2019-20시즌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 국제무대보다 치열하다는 국내 선발전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임효준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직후 "세계선수권에선 어떻게든 우승하고 싶다"며 선발전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3년 뒤에 열리는 2022 베이징 올림픽 전망도 밝다. 특출한 에이스는 없지만 선수 전원이 메달을 노릴 만한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캐나다, 중국, 미국 등 세대교체를 진행중인 경쟁국들보다 빨리 성과를 내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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