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형 쏘나타, 택시 모델 없다"···달라진 현대차, 왜

[테크]by 중앙일보

이광국 부사장 신차 전략 공개

베스트셀링 브랜드 명예 되찾기

차체 플랫폼, 오디오 완전 교체

‘택시는 쏘나타’ 이미지 탈피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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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의 제왕’ 쏘나타가 차세대 모델을 법인택시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차체를 최초로 적용하고 오디오·타이어까지 오직 수입 고급 브랜드만 사용하면서 베스트셀링카 탈환을 노린다.


오는 21일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는 현대차 중형세단 쏘나타(프로젝트명 DN8쏘나타)는 무려 30년 연속 국내·외 시장에서 연간 최소 10만대씩 팔리는 모델이다. 한때 대한민국 베스트셀링카였지만, 중형세단 시장이 침체하면서 지난해 현대차 그랜저·싼타페·아반떼는 물론 기아차 카니발·쏘렌토보다도 덜 팔렸다(6위·6만6738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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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쏘나타가 택한 전략은 ‘브랜드 차별화’다. 이광국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신형 쏘나타는 택시 모델을 절대 출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국서 ‘택시는 곧 쏘나타’라는 인식이 자리할 정도로 쏘나타는 법인택시업계가 선호한다. 지난해 현대차가 국내서 판매한 쏘나타의 절반가량이 택시였다.


마케팅 측면에서 택시 모델로 팔리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매일 장시간 주행하는 택시의 특성상 택시업계는 내구성이 우수한 차종을 선호한다. 즉, 택시의 선택을 받은 모델은 어느 정도 내구성을 갖췄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쏘나타가 법인택시 시장을 스스로 포기한 건 국내 최장수 단일 자동차 브랜드인 쏘나타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서다. 매일 수시로 도로를 주행하는 택시가 특정 차종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차종의 매력이나 신선함이 반감할 수 있다. 결국 판매량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신형 쏘나타를 사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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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쏘나타(LF쏘나타)도 2014년 3월 출시 당시에는 택시 모델이 없었지만 이후 전략을 바꿨다. 중형세단을 선호하는 택시업계의 수요 때문이다. 신형 쏘나타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서 묻자 이 부사장은 “아예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신차출시회장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택시 수요는 LF쏘나타가 충당한다.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LF쏘나타와 DN8쏘나타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그는 “평소 DN8쏘나타를 생산하다가, 법인택시 주문을 받으면 같은 라인에서 LF쏘나타의 제품 개선 모델을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택시 모델이 라인업에서 빠진다고 해도, 길거리에 신형 쏘나타 택시가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개인택시 기사가 쏘나타 LPG 차량(쏘나타LPi)을 산 뒤 이를 택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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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쏘나타를 ‘움직이는 스마트기기’로 정의하는 것도 역시 브랜드 차별화와 궤를 같이한다. 움직이는 스마트기기는 최신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스마트기기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쏘나타가 제공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자동차에 룸미러에 붙박이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가 녹화한 차량 전·후방 영상은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미리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두면, 열쇠가 없더라도 시동을 걸거나 차량에 출입할 수 있다. 쏘나타가 최초로 적용한 이 기능은 최대 4개의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 부부·가족이 쏘나타 1대를 번갈아가며 이용하는 경우 유용하다. 주차공간이 비좁은 경우엔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앞뒤로 조작할 수 있는 자동주차기능도 갖췄다. 오디오(보스)·타이어(피렐리·미쉐린·굿이어)까지 해외 고급 제품을 선택했다. 이를 이광국 부사장은 “기존 지루한(boring) 이미지에서 쏘나타를 젊고 신선한 브랜드로 바꾸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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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의 차별화 전략은 또 있다.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 배치를 좌우하는 차량용 플랫폼을 바꿔버렸다. 쏘나타가 이름만 같지 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차라는 뜻이다. 현대차가 신규 개발한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은 신형 쏘나타가 최초다. 이 플랫폼 덕분에 신형 쏘나타는 7세대 모델 대비 공차중량이 55kg 가벼워지고 차체의 평균강도가 10% 이상 강화됐다. 또 엔진룸을 하향 배치하는 디자인 덕분에 전고가 3cm 낮아지면서 날렵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준대형세단 그랜저와 쏘나타를 혼류생산한다. 과거 대형세단 아슬란을 생산하던 라인이다.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하던 그랜저는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지만, 반대로 판매가 부진하던 아슬란은 3년 만에 단종했다. 현재 아산공장은 그랜저와 쏘나타를 1대 1 비율로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다. 신형 그랜저 생산 비율을 줄이고 쏘나타 생산 비율을 확대할 여지가 있는지 묻자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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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가 택시 모델 포기부터 플랫폼 변경까지 ‘강수’를 둔 건, 같은 곳에서 생산하던 아슬란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불리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대형세단 시장이 확대하면서 중형세단 시장은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10%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이광국 부사장은 “쏘나타가 안 팔리면 중형세단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각오로 신차 판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부사장은 쏘나타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도 추가로 해소했다. 일단 쏘나타 고성능 모델은 연내 출시 계획이 없다. 일단 21일에는 쏘나타 2.0 가솔린 차량과 쏘나타 LPi만 선보인다. 향후 이후 연내 1.6터보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 특히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가 20km/L 정도는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쟁모델 K5 하이브리드(17.2~18.0 km/L)보다 연비가 10% 정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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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모은 쏘나타의 오디오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대차가 하만계열의 오디오 브랜드(JBL)에서 보스로 오디오를 변경하자 자동차 부품업계는 삼성과 현대차의 불화설을 거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7년 3월 하만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현대차 i30N은 여전히 JBL 오디오를 사용한다”며 “약 5년 전 신차 개발을 시작한 쏘나타는 2년 전부터 오디오 브랜드를 선택했기 때문에, 삼성과의 불화설은 오해·억측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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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9년 COTY는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올해의차로 최종 선정했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으면서 이광국 부사장은 “11일까지 팰리세이드 5만5800대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팰리세이드가 불과 3개월 만에 2017년 연간 국내 대형 SUV 총판매대수(5만4498대)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중앙일보 11일 경제1면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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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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