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간 영웅들" 감동 행렬, 그 배경엔 '소방청 독립' 있었다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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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산불이 하루만에 잡히면서 밤사이 전국에서 소방차가 지원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방청은 5일 전국에서 소방차량 872대, 소방공무원 3251명을 포함해 산림청 진화대원, 의용소방대원, 군인, 시·군 공무원, 경찰 등 총 1만여명을 산불 진화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소방차량의 15%, 가용 소방인원의 10%다. 단일 화재에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다.


소방청에 따르면 무수한 불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가며 연속적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상황은 큰 위기였다. 강원도가 보유한 차량만으로는 십분의 일도 막아낼 수 없는 규모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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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강원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는 소방차 행렬. [보배드림 캡처]

소방청은 가까운 서울·경기·충북 등에 미리 지원을 요청했다. 야간에는 소방헬기가 활동할 수 없어 힘든 상황이었다. 화재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소방청은 대응 1단계 비상발령 2시간여 만에 최고 수위로 비상상황을 격상시켜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그리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소방차와 구조대원 지원출동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 소방 공무원들은 밤새 달려왔다. 경기도 181대, 충남 147대, 경북 121대, 서울 73대를 비롯해 872대가 화재현장으로 합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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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호 소방청장은 "날이 밝으면서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에 투입되고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차가 집중 투입되면서 진화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어려운 일을 당한 이웃을 내 일처럼 나서 도와주는 우리의 전통이 이번에 더욱 빛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와준 전국 시·도와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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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시민들도 시내에 가득한 전국 소방차들의 모습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 한 속초 시민은 "소방차 완전 많다"라며 전남소방차와 서울소방차로 추정되는 소방차들이 산불이 어느 정도 정리된 낮에 속초 시내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공유했다.

네티즌들은 "속초 거리의 전남소방차", "정말 고생 많으셨다", "전남에서 강원까지 먼 거리를 또 운전해서 가셔야 하는데 무사히 돌아가시라"며 해당 사진에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네티즌은 휴게소에 가득한 소방대원과 소방차의 모습을 공유하며 전날 전국에서 지원 온 소방관들의 귀환 길을 격려했다.


소방청장 명령에 따라 전국에서 소방차가 일제히 지원될 수 있었던 건 소방조직이 이번 정부 들어서 소방청으로 분리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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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정부가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소방본부는 안전처 산하 조직에서 '소방청'으로 분리했다. 1975년 내무부 산하에 소방국이 생긴 지 42년 만에 소방조직이 '독립청'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이에 따라 4만5000명에 달하는 국가·지방직 소방 공무원들은 소방청 체제로 편입돼 화재진압과 구급, 구조라는 본연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긴급·비상 재난사태 시 대응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당시 나왔다. 소방청이 예산과 인사권에서 자체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돼 부족한 인력이나 장비 충원 문제 등에서 현장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소방청장은 법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소방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인정될 때 각 시도지사에게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방력을 동원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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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땐 전남소방본부를 비롯해 8개 시·도에서 소방헬기 출동 명령이 이뤄졌지만 각 시·도별로 여건이 달라 즉각적인 대응 체제를 운영할 수 없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이 개별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지휘하면서 대응이 늦어졌고, 실제 현장 지휘를 하던 해경과의 협업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같은해 2월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때도 당시 경북소방본부가 인근 울산과 대구소방본부에 가용할 수 있는 소방력을 총동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울산에서 구조차 1대, 구급차 3대, 펌프차 1대 등 최소한의 장비만이 지원됐다. 더욱이 붕괴 사고 현장에 군과 경찰 인력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휘·통제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110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4일 저녁 7시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불은 사망자 1명과 250여ha의 산림과 100여 채가 넘는 주택을 소실시키는 등 큰 피해를 냈다. 다행히 화재 발생 14시간여만인 5일 오전 9시37분에 주불을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소방청은 "앞으로도 시·도간 협력을 강화해 재난초기부터 총력 대응하는 출동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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