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 이젠 한국서 안 만든다

[테크]by 중앙일보

평택공장 생산라인 35년 만에 중단

스마트폰 16분기째 적자, 누적 3조

글로벌 점유율 1%대, 국내서도 3위

베트남·브라질 공장으로 물량 이전

“구광모 회장, 모바일사업 개편 의지”


35년간 가동해 온 LG전자의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공장이 멈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더 이상 평택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양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생산 거점 재배치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선 약 200만대(시장 점유율 10~15%선), 세계 시장에선 약 40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평택 스마트폰 공장 생산 물량은 현재 운영중인 베트남 하이퐁 공장과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에서 만든다. 평택 공장은 향후 스마트폰 신제품이 개발되고 나면, 양산 가능성을 시험하는 용도로 제한적으로 가동한다.


LG전자가 평택의 스마트폰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베트남 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최저임금 기준 베트남 노동자의 월급은 418만동(약 20만6000원) 수준이다. 2015년 완공한 하이퐁에는 스마트폰 외에 LG전자의 TV, 생활가전 공장도 밀접해 있어 인력 배치나 유통·관리 등에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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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휴대폰은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삼성전자·노키아와 함께 '글로벌 빅3'를 이룰 정도로 호시절을 구가했다. 1984년 문을 연 평택공장은 TV, VTR 등을 생산하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휴대폰 생산을 시작했다. 2000년대 평택 공장은 LG전자 휴대폰의 상징과도 같은 생산시설이었다.







이 공장의 휴대폰 부문을 해외로 옮기는 건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부문의 상황이 그만큼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MC부문은 2015년 2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적자만 7901억원, 누적 적자는 3조원에 이른다. 그렇다고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서조차 애플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프리미엄폰은 삼성전자·애플에, 중저가 폰은 화웨이·샤오미 등에 밀려났다. 2009년까지만 해도 10%가 넘었던 LG전자 휴대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9%로 급감했다. '가전에서 번 돈을 까먹는 존재'가 되고 재도약의 길이 보이지 않자 가장 생산성이 낮은 평택 휴대폰 생산 시설을 접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그것이 구광모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경쟁력과 효율성을 따져 '선택과 집중'할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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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상무였던 구광모 대표는 지난해 5월, 부친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40일 만에 그룹 지주사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구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자신이 단행한 첫 인사에서 LG전자의 대부분 사업본부장을 유임시켰지만, MC사업본부만 파격적으로 변화를 줬다. TV를 담당하는 권봉석 HE(홈엔터테인먼트) 사장에게 스마트폰 사령탑도 겸하게 했다. LG전자 역사상 사업본부장 겸직은 처음이었다. LG전자 내부에서 "구 회장이 취임 전부터 MC사업본부 개편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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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그간 MC사업본부의 인력을 타 부서로 배치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13년 8000명이 넘었던 MC사업본부 인력은 지난해말 4000명으로 줄었다. 이번에 평택 공장의 스마트폰 라인을 빼면서 LG전자는 평택 스마트폰 생산 인력을 창원 등 다른 사업장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공채에서도 MC사업본부에는 신규 채용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국내 생산 비중은 낮추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구미공장 외에 베트남·중국·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세계 6개 공장에서 연간 약 3억대를 생산하는데, 이중 국내 생산 비중은 2000만대 수준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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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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