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윤석열 살해협박에···중앙지검장이 혼자 못나간다

[트렌드]by 중앙일보

“네 집도 차번호도 다 안다” 위협

윤석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정치가 갈등 직접 해결 못하고

검찰·법원에 판단 맡겨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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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해위협을 받은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모습. [뉴스1]

"후원계좌를 열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협박하는 방송을 보며 우리 사회가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까지 서울시 집회 담당 업무를 맡았던 한 경찰관은 요즘 집회 현장을 '무법지대'라 표현했다.


개인 방송에 후원계좌를 공개한 유튜버들이 방송 장비를 들고 정치인과 판검사 자택까지 찾아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을 쏟아낸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5만 40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김모씨가 윤 지검장의 자택 앞을 찾아갔다.

김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를 요구하며 "너 살던 집도 차 번호도 안다, 진짜 분해될지도 모른다""어떤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 나도 모른다"는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일 현재까지 7만 2000회. 영상을 틀 때마다 광고 영상이 먼저 나와 김씨는 광고 수입도 올리고 있다. 유튜브 관계자는 "관련 영상이 유튜브 내부 운영 규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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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해당 영상에 대해 26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라 규정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신응석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혐의는 공무집행 방해죄. 아직 본격적인 수사는 이뤄지진 않았다. 윤 지검장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수사엔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법 집행기관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협박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관련 영상을 본 7만여 명의 시청자 중 누가 어떤 생각을 품고 윤 검사장을 해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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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살해 협박은 전례가 없던 일"이란 말도 나온다. 최근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윤 지검장은 홀로 밖을 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화염병 테러에 이은 윤 검사장에 대한 살해 위협은 "한국 사회가 임계점에 도달한 경고음"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분열된 사회의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다 이젠 법원과 검찰까지 공격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법관의 신변 보호 요청도 2016년엔 0건, 2017년엔 1건이었지만 2018년엔 5건으로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우리 사회는 분열의 임계점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연시하고 소중히 여겼던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시스템이 정파에 따라 모욕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이 정도까지는 지켜줘야 한다는 사회의 완충지대가 사라진 상황"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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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인들이 몸싸움만 벌이며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사법부에 최종 판단을 맡기고 있다"며 "이젠 시민들이 사법부를 정치의 대상이라 여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통한 일종의 '학습효과'라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과거 검찰이 정치적 사건엔 이중 잣대를 적용하며 엄격한 법 적용을 하지 않은 부작용이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갈등과 사회 현안에 대해 검찰과 사법부에 최종 결정을 맡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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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사태로 검찰에 고발된 여야 의원만 67명에 달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도 법원이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검찰 수사로 전·현직 판사 14명이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의 복원을 해결책이라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의 기본적 기능은 갈등의 조절인데, 정치가 그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은 선으로,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은 악으로 생각하는 정치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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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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