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황교안에 "니가 왜 오냐"···결국 역무실로 피신했다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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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여기 올 자격이 있냐. 황교안은 물러가라.” “그만해라. 여기서 나가라. 사람을 죽여놓고….”


3일 오전 10시 30분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광주송정역 앞 광장으로 나서자 곳곳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며 찾아온 황 대표의 첫 광주 방문은 지역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여권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항의하며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진행 중인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광주송정역에서 집회를 연 뒤, 역 주변을 다니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대국민 홍보 자료를 직접 배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대구·부산에서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광주에서는 항의 시위대가 뿌린 물벼락을 맞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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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도착하기 전부터 역전 광장에서는 광주 지역 민중당과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모여 한국당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황교안은 물러가라” “자한당(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를 외쳤다. 곳곳에서는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5ㆍ18 망언 종북몰이 황교안 사퇴!’라고 쓴 피켓도 보였다.


황 대표는 마이크를 들고 “자유한국당 당원 여러분. 자, 우리는! 말씀 들으세요!”라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대 함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황 대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전남의 애국시민 여러분께서 피 흘려 헌신한 거 아니냐”며 “자유의 근간은 삼권분립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행정부를 장악하고 공무원의 말 한마디도 맘에 안 들면 처벌한다. 그리고 이젠 사법부, 헌법재판소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부와 헌재 장악한 정권이 이젠 의회까지 지배하려 한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 장악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로 해서 되지 않으니 장외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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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당 관계자들을 에워싼 시민단체 인사들이 “자한당은 해체하라”를 외쳐 발언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특히 민중당과 진보연대 등 일부 관계자들은 ‘이석기 내란음모는 조작’, ‘황교안은 감옥으로’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황 대표를 향해 물을 뿌려 황 대표의 안경에 물이 묻기도 했다. 민중당은 황 대표가 법무부장관 시절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한국당 당직자들은 물병 등 이물질 투척이 날아들자 대형 우산을 펼쳐 당 지도부를 보호했다.


광주 출신인 신보라 최고위원도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다.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며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많이 헤아리고 담아내려 노력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역시 “너희가 무너뜨리고 있잖아”라는 반박성 고성이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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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지도부는 정상적인 집회가 어려워지자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역무실 안으로 피신했다. 황 대표도 우산을 편 채 근접 경호하는 경찰들에 둘러싸여 역사 안 역무실로 이동했다. 역무실 앞에 찾아온 ‘5월 어머니회’ 회원 10명이 황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이 세운 스크럼에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 광주에서 일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한국당 지도부는 서둘러 오전 11시 40분 기차를 타고 전주로 이동했다.


전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차분했지만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된 전주역 광장 집회에는 한국당 지지자 200여명 정도가 참석했다. 지나가던 시민 한 명이 “한국당이 전주에 뭘 해준게 있다고 전주에 내려왔냐. 광주에서 그런 짓을 해 놓고 전주에 올 수 있냐”고 외쳤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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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의 이번 호남지역 방문은 지난 2월 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처음이다. 한국당에서는 그동안 5ㆍ18 망언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 때문에 호남지역 방문 시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황 대표는 광주에서의 반응을 예상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단체도 있고 응원하는 단체도 있다”며 “그러나 그분들 모두 정당 정치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남 지역에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임성빈 기자,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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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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