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아이 데려다준 은인의 정체, 알고보니 '전동휠 뺑소니범'

[이슈]by 중앙일보

보도에서 전동휠로 초등학생을 치고 운전자가 아닌 척 집에 데려다준 후 도주한 20대가 폐쇄회로(CC)TV에 덜미를 잡혔다.

10일 수서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후문에서 나오던 9살 여자 어린이를 전동휠로 충격하고 달아난 회사원 A씨(29)를 검거해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27일 오후 2시 30분쯤 보도와 차도를 지그재그로 운행하면서 은마아파트 후문까지 이르렀고, 어린이를 쳐 다리골절 등 12주의 중상을 입게 했다. A씨는 다친 아이를 안고 운전자가 아닌 척 “넘어져서 다쳤다”며 할머니에게 데려다줬다. 아이의 상태를 본 가족이 “사례하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하자 A씨는 “빨리 119 불러 후송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만 얘기하고 사라졌다.


사고 발생 6일 후 보호자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아이가 “전동휠과 부딪혀 다쳤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CCTV 화면만 보고 피의자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주변 CCTV 60여대를 분석한 결과 사고 지점에서 약 2.5km 떨어진 건물에서 A씨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모습을 발견해 그를 검거했다. 경찰에 잡힌 후에도 A씨는 “아이를 보고 놀라 피했을 뿐 전동휠로 충격한 적은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도주차량 운전자에게 가중처벌이 내려지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바 뺑소니 혐의를 적용하면서 4년간 A씨의 운전면허도 취소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동휠과 전동키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의 보급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수단 보급 규모는 2016년 6만대, 2017년 7만5000대(추산)에서 2022년에는 2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월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보도에서 고등학생(17)이 초등학생(8)을 치어 검찰에 송치됐다. 전동킥보드를 몰기 위해서는 원동기나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하지만 고등학생은 심지어 무면허 상태였다. 면허증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빌려준 대여 업체 또한 형법상 방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전동 킥보드에 치여 20일 만에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 운전자가 가해자로 판명된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전동휠 및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면허 취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속력을 내면서 운행하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운전자 자신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운행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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