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가족'이 사는 법 ①…음식, 해 먹지 않고 사 먹는다

[라이프]by 중앙일보

2019년형 신가족 탐구 식생활


매년 그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의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밀레니얼 가족’이란 키워드를 제시하며 “낯선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가족 집단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생으로 대변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족 풍경이 이전과 다른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는 의미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밀레니얼 가족이 사는 법’에 대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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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노동으로 즐거운 식사를


밀레니얼 가족은 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 가족 형태를 말한다. 30대를 중심으로 부부 중심이거나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이들은 부모인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전혀 다른 삶의 패턴을 보인다. 전통적인 아내·남편의 역할이나 절대적인 희생은 거부한다. 동반자적 의식을 가진 부부는 가사를 분담하고, 집안일에 썼던 시간을 아껴 자기계발에 투자하거나 여유를 즐긴다.


『트렌드 코리아』의 공동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밀레니얼 가족의 가장 큰 특징을 “노동의 가성비 추구”라고 분석했다.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살림을 하는 게 이들의 방식이란 의미다. 이 교수는 “특히 식생활의 경우, 최소한의 노동으로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엄마가 달라졌다


가족의 식사 준비를 위해선 꽤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이 요구된다. 오죽하면 주부들 사이에 “남이 차려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까.


맞벌이 부부가 많은 밀레니얼 가족의 엄마는 최소한의 시간·노력을 들여 양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길 원한다. 집에서 식재료를 일일이 다듬어 요리하기 대신, 가정간편식(HMR)을 사와 간단한 조리를 통해 식사를 준비하거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맛집의 이름난 메뉴로 상을 차린다.


HMR 시장의 성장은 이런 밀레니얼 가족의 성향을 대변한다. 관련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2조5131억원에 달한다. 최근 2~3년간 매년 15~20%씩 성장했다. 올해는 3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HMR 중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는 ‘프라잉 스낵’의 인기도 높다. 통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돼 일반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간단하면서, 동시에 기름을 사용하지 않아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높아서다. 만두·치킨·핫도그 등이 인기 품목이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명란군만두’는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간편함과 맛, 영양…모두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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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 음식’을 가족에게 낸다는 심리적 죄책감은 HMR 중에서도 유기농 식재료나 프리미엄급 제품을 사는 것으로 상쇄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엔 한 단계 진화한 HMR 형태인 ‘밀키트’를 사용하는 가정도 늘었다. 밀키트는 메뉴에 필요한 고기·해산물 등 생물과 신선한 채소를 미리 손질해 양념과 함께 포장 판매하는 제품이다. 한꺼번에 넣고 끓이거나 볶는 과정만으로 그럴듯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미국·일본에선 이미 성숙한 시장으로 국내에선 2016년 한국야쿠르트·동원·GS리테일 등 대기업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4월 말엔 CJ제일제당까지 '쿡킷'이란 브랜드를 출시하며 밀키트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새벽배송을 해주는 음식 유통 서비스는 밀레니얼 가족에게 가장 활용도가 높은 서비스다. 가사에 몰두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밀레니얼 가족의 부모들에게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신선한 식재료·음식이 배달되는 서비스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폭발적인 성장을 한 마켓컬리의 성공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고품질 신선식품을 선별해 새벽 배송하는 서비스로 워킹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켓컬리는 2015년 창업 당시 30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3년 만에 157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서민정(40)씨 역시 마켓컬리의 단골 고객이다. 그는 저녁에 주로 다음 날 아침 초등학생 아이가 먹을 음식을 주문한다. 서씨는 “저녁 퇴근길에 떡과 과일, 우유를 주로 주문하는데 다음날 새벽에 신선한 상태로 받을 수 있어 장을 보는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며 “이들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아이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죄책감을 덜어줘 가격이 비싸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를 위한 요리가 즐거운 남편


남편의 식사 준비 동참률도 높다.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와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30~40대 남편의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요리는 여자의 일’이라는 성 역할이 깨진 셈이다.


30대 직장인 김필재씨는 일주일에 2~3번은 초등학생 아이와 아내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결혼 전엔 주로 밖에서 식사를 해결했지만, 결혼 후엔 직접 요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가 주로 사용한 건 가정간편식(HMR)이다. 그는 “밑반찬은 동네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반찬 가게에서 사온다”"며 “메인 요리는 주로 부대찌개·제육볶음 같은 HMR을 하루이틀 전에 사뒀다가 해주는데 아이들이 아빠의 메뉴를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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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간단해도 세팅은 예쁘게

사교 모임은 주로 집에서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집주인이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하는 ‘노동’은 사절이다. 패션 홍보회사 KN컴퍼니의 김민정 이사는 집에서 하는 모임에 익숙하다. 그는 “요즘 패션·뷰티 업계 종사자 등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선 맛집의 음식을 배달·포장해와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여는 게 유행”이라고 전했다. 서양의 ‘포트럭 파티’ 스타일로 모임 참가자들이 요리를 하나씩 준비해오거나, 집주인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샐러드·스테이크 같은 요리를 택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관심이 커지는 건 그릇이다. SNS 활동을 통해 음식 사진 촬영이 자연스러운 밀레니얼 세대는 비록 사온 요리라도 예쁘게 담아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릇 브랜드 ‘오덴세’의 영업·기획 담당자인 신수진 부장(CJ E&M 오쇼핑)은 “이런 밀레니얼 가족의 성향을 기반으로 그릇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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