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밥그릇 싸움에 막혀"…8개월 대기 팰리세이드 대란

[비즈]by 중앙일보

미국 수출 선적 시작돼 물량 달려

사측 “울산2공장서 추가 증산” 제안

4공장 노조, 2공장과 배분 “반대”

잔업·특근 줄어 임금 줄까 우려

노조 “판매 계획 잘못 세운 회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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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9일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디젤 2.2 프레스티지 모델을 사기로 했다. 최종 견적서까지 발급받았다(4826만5000원·등록비제외). 하지만 현대차는 김 씨에게 “오늘(9일) 계약하면 내년 1월경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8개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다.


팰리세이드 구입을 희망하는 국내 소비자가 지나치게 긴 대기기간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팰리세이드 대란'에 “증산까지 했는데 차량 출고 시점은 빨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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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4월 1일부터 팰리세이드 증산에 돌입했다. 매월 6240대를 생산하던 팰리세이드는 이제 월 8640대가 나온다(38.5% 증산).


또 출시 초반 계약이 몰리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2월 말 기준 팰리세이드 누적계약건수(5만2000여대)와 출고건수(1만3580대)를 고려하면, 초반 대기고객은 3만8000여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 2월 20일 경제2면


하지만 3월 이후 팰리세이드 월평균 계약건수(5000여대)는 2월 이전(2만1700여대)의 2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신규계약이 줄고 생산량이 늘었는데도, 출고 적체는 변함없다. 계약건수와 출고건수를 고려하면 5월 중순까지 팰리세이드 구매계약한 사람 중 약 3만8460여명이 차량을 인도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객 입장에서 증산 효과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평균 8개월의 출고 지연 기간이 증산 이후 5개월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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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도기간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수출 정책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번 달부터 미국 수출용 팰리세이드 선적을 시작했다. 완성차 제조사는 보통 자동차 수출을 앞두고 차량을 미리 쌓아둔다. 판매 초기 계약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서다. 현대차는 3분기부터 미국서 팰리세이드를 판매한다.


문제는 국내 고객에 대한 차별 논란이다. 미국 출시 직후 계약한 미국 소비자는 차량을 연내 인도받을 수 있다. 하지만 5월에 국내서 계약한 소비자는 이르면 내년 초 차량을 인도받는다. 한국서 생산한 차량인데, 한국에서 계약했다는 이유로 미국 소비자보다 나중에 인도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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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도 ‘팰리세이드 대란’의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노총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는 “(팰리세이드 출고 적체는) 최초 판매 계획을 잘못 세운 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출시 전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수요를 2만5000대 정도로 예상했다. 이후 생산목표를 4차례나 수정(9만6000대)하면서 증산을 결정했다. 증산 시점에라도 뒤늦게 수출물량을 고려해서 수요를 정확히 예측했다면, 국내 출고지연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다.


유연하지 않은 생산 구조 역시 팰리세이드 고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은 생산물량 배정 등 조합원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노사가 공동으로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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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증산이 필요하지만 노사가 손발이 안 맞는다. 현대차 사측은 “최근 울산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공동생산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팰리세이드는 스타렉스·포터와 함께 울산4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 울산4공장 노조 대의원이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4공장에서만 팰리세이드를 만들면 향후 4공장 근로자의 잔업·특근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잔업·특근을 할수록 임금도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울산2공장과 공동생산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물량이 감소하면 추가 임금 보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팰리세이드 추가 증산은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와 미국 현지판매·주문현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판단할 사안”이라며 “마치 노조 반대로 추가 증산이 어려운 것처럼 사측이 언론플레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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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대립하는 사이에 팰리세이드 고객은 계약금을 걸고 차량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 구입계약을 체결한 김 모 씨는 “국내서 팰리세이드의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쟁차종이 드문 상황에서, 현대차가 ‘살 테면 기다려라’고 배짱을 부리는 느낌”이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반년 이상 기다리기 어려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차종을 샀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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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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