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린 부산대 미술관 지난해 점검서 ‘안전’…미화원 사망 막을 수 있었다

[이슈]by 중앙일보

미술관 주변있던 60대 환경미화원 벽돌 더미에 깔려

26년된 미술관 건물 10여년 전부터 외벽에 금 가

주말 내린 비와 심한 일교차로 마감재 취약해진 탓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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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10분쯤 부산대 미술관 4~5층의 외벽 벽돌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환경미화원 1명이 숨졌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부산대에서 26년 노후 건물 외벽에 부착된 벽돌 수백개가 갑자기 떨어져 60대 환경미화원이 숨졌다. 해당 건물은 지난해 처음으로 정밀점검을 한 결과 즉각 보수가 필요하지 않은 B등급이 나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부산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0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미술관 건물 4~5층 외벽에 부착된 벽돌 수백 개가 갑자기 떨어졌다. 이 사고로 건물 아래에 있던 환경미화원 A씨(68)가 벽돌 더미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5층 건물인 미술관 한쪽 벽면 중 4∼5층 벽면 벽돌 수백개가 한꺼번에 떨어져 건물 아래에 있던 A씨가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미술관에는 30~4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부산대 한 재학생은 “사고가 났는데도 학교 측은 곧바로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며 “사고 난 지 10여분이 지나서야 대피 방송을 해서 사고가 난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목격자는 “갑자기 굉음이 들려 창문 밖을 보니 벽돌이 마구 떨어져 있고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건물 1층 주변은 마치 폭탄을 맞은 듯 벽돌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벽돌 더미가 떨어진 곳은 평소 학생들이 식당으로 오가는 지름길이어서 점심시간에 벽돌이 떨어졌다면 대형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사고 당시 수업을 듣고 있었던 부산대 재학생은 “갑자기 굉음이 들려 창문 밖을 보니 벽돌이 마구 떨어져 있고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건물 1층 주변은 마치 폭탄을 맞은 듯 벽돌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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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10분쯤 부산대 미술관 4~5층의 외벽 벽돌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환경미화원 1명이 숨졌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사고가 난 미술관은 1993년 3월 준공돼 지은 지 26년 된 건물이다. 예술대학에서 미술관과 예술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축 건물이라 학생들이 체감하는 미술관의 노후 정도는 더욱 심했다. 부산대의 한 재학생은 “10여년 전부터 미술관 외벽에 금이 가 수차례 보수를 진행해왔다”며 “땜질식 처방만 할 게 아니라 철저한 보강 공사를 했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부산대 측은 지난해 처음 맨눈으로 미술관 건물을 살피는 정밀점검을 한 결과 즉각 보수가 필요하지 않은 B등급이 나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대 관계자는 “미술관 건립이 30년이 되지 않아 정밀안전진단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대 측은 미술관을 임시 폐쇄한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다른 건물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부산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슷한 형태의 2개 건물에 대해서도 정밀 진단을 할 예정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사고가 난 미술관 외에 외관을 벽돌로 지은 건물이 2개 더 있다”며 “이 건물에 대해서도 정밀 안전진단을 해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건물의 노후화와 최근 내린 비와 심한 일교차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벽돌 마감재 특성상 습도와 심한 일교차에 취약하다”며 “지난 주말 내린 비로 마감재가 약해져 벽돌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와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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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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