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기장소 밥먹듯 거짓말, 고유정이 만든 시신없는 살인

[이슈]by 중앙일보

고유정, 체포 한 달⑤

고유정 ‘시신 미스터리’ 작전?

“①완도항”→“②해변”→“③기억안나”

고유정, 6월 2·4·6일 유기 장소 진술번복

수색작업 번번히 허탕…수사혼선 노린듯

“기억 안난다” 말한 후엔 일체 진술 거부

현남편, “아이 죽기전도 카레 먹어” 논란



‘밥먹듯’ 거짓진술…‘시신없는 재판’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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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체포 직후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이틀에 한 번꼴로 지어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초기 시신 수색이 고유정이 진술한 곳에 치중되면서 ‘시신 없는 재판’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제주지검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1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다음날 “시신이 든 봉투를 완도항 인근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후 고유정은 지난달 4일 구속된 후에는 “완도 인근 해변에 버렸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완도항에 이어 완도 해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6일에는 고유정이 돌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고유정은 시신의 행방 등에 대해 아예 입을 닫았다. 검찰에 송치된 뒤로는 “기억이 파편화됐다”며 진술자체를 거부해왔다. “경찰이 고유정의 허위 진술을 믿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프로파일러들은 자신이 주장해온 우발적 범행을 입증하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고유정이 체포된 후에도 진술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의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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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혼선·우발범행 주장엔 적극적


고유정은 철저한 시신 훼손·은닉을 통해 완전범죄를 노렸음에도 범죄의 흔적들도 곳곳에 남겼다. 시신이나 범행도구를 유기하는 모습이 주변 폐쇄회로TV(CCTV)에 상당부분 포착된 게 대표적이다.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인 5월 27일 정오에 펜션을 퇴실하고 나오면서 시신이나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묵직한 물체를 4차례나 버리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하루 뒤인 5월 28일 밤에는 완도행 여객선에 탑승해 가방에 담겨있던 시신을 5분정도 버리는 모습도 여객선 CCTV에 모두 찍혔다. 경찰은 5월 29일과 30일 경기 김포의 아파트 단지에서 종량제봉투를 버린 장면이 담긴 CCTV영상도 확보한 상태다.


숨진 강씨 가족들이 자신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실종될 때를 대비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가족들의 실종신고를 토대로 수사에 나선 직후 고유정을 전격 체포했다. 체포 당시 고유정은 경찰에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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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범행’ CCTV에 대부분 찍혀


고유정이 범행을 위해 제주도까지 몰고 간 승용차 안에서 는 강씨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이 발견됐다. 이 이불에서는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졸피뎀 성분도 함께 검출됐다. 졸피뎀은 수면유도 효과가 뛰어나 범죄에 악용되곤 한다.


고유정은 범행 당시 졸피뎀을 담은 파우치 등이 놓인 펜션 내부를 일부러 촬영하기도 했다. 그가 찍은 사진 속에는 파우치와 함께 저녁때 먹은 즉석밥과 카레 묻은 빈 그릇 등도 담겨 있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이 미리 구매한 졸피뎀을 카레나 음료수 등에 넣어 먹게 한 뒤 강씨를 살해한 것으로 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키 182㎝, 몸무게 80㎏인 강씨가 키 160㎝, 몸무게 50㎏가량인 고유정에게 제압된 것도 졸피뎀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검찰 발표 후 고유정 사건과 카레와의 연관성을 놓고도 여러 의혹이 일고 있다. 현남편 A씨(37)가 “지난 3월 1일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 저녁에도 고유정이 카레를 준비해 먹었다”는 진술을 해서다. 앞서 A씨는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며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인 B군(5) 사망은 사건이 발생한 지 넉 달이 다되도록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10분쯤 청주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도 친가에서 지내다가 지난 2월 28일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에 온 지 이틀 만이다. 발견 당시 B군의 얼굴과 침대 시트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이 숨질 당시 집 안에 있던 사람은 고유정 부부 등 3명뿐이다. B군과 함께 잠을 잔 사람은 친아버지인 A씨였다. 당시 고유정은 감기를 이유로 다른 방에서 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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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시신은닉…범행도구는 안버려


경찰은 B군이 잠든 후부터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부부의 행적과 통신 기록 등을 조사 중이다. 아파트 CCTV에 외부 침입이 없고, B군이 친부인 A씨와 한 공간에서 잤다는 점 외에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서다. 검찰·경찰은 A씨가 제출한 고소장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어 의붓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풀릴지 주목된다.


이에 관련 A씨는 “고유정이 카레에 약을 섞어 전 남편에게 먹였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 소름이 끼쳤다”며 “카레 안에 약물을 섞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숨진 아들에게도 카레를 해줬다”라고 했다. A씨의 변호인 측에 따르면 고유정은 A씨에게 3~4개월에 한 번 정도 카레를 해줬다고 한다. 이 변호인은 “처음에는 카레가 아니고 잠 자기 직전에 먹은 음료를 의심했는데, 검찰 발표 후 생각해보니 그날따라 고유정이 음식을 만들 때 조용했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제주=최경호·최충일·편광현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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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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