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 내일 모레 결혼할 애가 죽었어요" 유족 오열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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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철거 중 붕괴된 서울 잠원동 5층 건물에 깔려 참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신사역 인근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차량을 덮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3층의 천장 ‘슬래브’(벽과 벽 사이를 연결하는 바닥과 천장)가 통째로 도로를 덮쳤으며, 이 슬래브에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4대가 깔렸다. 소방당국은 가로·세로 약 10m에 이르는 이 슬래브가 약 30t의 무게인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차량 중 한 대에 타고 있었던 남녀 2명은 예비부부였다. 예비남편 황모(31)씨는 잔해에 깔린 차 안에 4시간가량 갇혀 있다가 구조대에 의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약 30분 뒤 구조된 예비신부 이모(29)씨는 결국 숨졌다. 이씨는 차 안에 갇혀 있을 때도 의식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 가족 측에 따르면 황씨는 모 공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이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기 위해 휴가를 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황씨의 상태에 대해 황씨 부친은 오른쪽 허벅지에 감각이 없고 현재 수액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예비신부였던 이씨가 숨진 사실을 황씨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황씨 부친은 “(황씨가) 얘기도 안 하고, 물어보지도 않고 있다”며 “자기 품에서 죽은 지 아는 것 같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숨진 이씨의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이씨 부친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며 어딘가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이씨 부친은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조문을 오자 분을 참지 못했다. 이씨 부친은 “내일 모레 결혼할 애가 죽었어요. 공사를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냐”며 “예물을 찾으러 가는데, 강남 한복판에서 이게 말이 되냐”고 울부짖었다.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 역시 오열했다.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장례식장 1층 로비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씨 부친은 “(숨진 이씨는) 언니와 동생을 참 잘 돌보는 착한 딸이었고, (황씨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사위였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이어 “둘이 성격도 잘 맞아서 싸우는 일 없이 서로 좋아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날벼락이야”라고 했다. 이씨 부친은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책임자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꼭 밝혀내야 한다”며 “일을 덮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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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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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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