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운동·독서 모임도 돈 된다?…‘살롱’에 베팅하는 판교

[비즈]by 중앙일보

형제 적은 2030 관계형성 니즈 커

살롱문화 기반 스타트업 늘어나


운동모임 ‘버핏서울’ 회원 5000명

독서 ‘트레바리’ 50억 유치 성공

다이어트 ‘다노’는 65억 투자받아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게 돕는다. 이렇게 모여 함께 운동하던 이들은 이전엔 서로 전혀 모르던 사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5000여 명의 유료 회원을 모은 스타트업이 있다. 온·오프라인 그룹 운동 플랫폼 업체인 '버핏서울'의 이야기다. ‘모인다’와 ‘운동한다’의 두 가지를 결합한 버핏서울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기업 입장에선 생소하다. 19일 중앙일보와 만난 장민우(35ㆍ사진) 버핏서울 대표는 “요즘 20·30대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이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니즈가 크다”며 “‘다른 이와 함께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얼마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어느 정도 예상이 맞은 덕에 꾸준히 회원 수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대표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나와 대기업 계열 광고 회사에 다니다 2017년 버핏서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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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기업과 투자자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살롱(Salon)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살롱이란 18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지성인과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토론을 하고 친분을 쌓은 사교모임을 뜻한다. 살롱 문화란 공통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모아 교류의 장을 깔아주는 문화를 말한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거기에 돈을 대는 벤처 투자사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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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버핏서울은 ‘모여서 운동한다’는 점을 기본으로 한다. 운동은 한 조당 16명이 모여서 한다. 남자 8명, 여자 8명씩으로 성비를 맞췄다. 운동을 원하는 지역과 운동의 목적 등에 맞춰 조가 구성된다. 여기에 조당 운동을 돕는 트레이너 2명씩이 배치돼 주 1~2회가량 오프라인으로 모인다. 오프라인 운동이 없는 날에는 각자가 소화해야 할 운동량을 정해주고, 그 이행 여부를 온라인으로 확인해준다. 이런 식으로 6주 코스를 기본으로 한다. 6주 간 회원이 지불하는 비용은 35만원이다.


장 대표는 “물론 적은 돈이 아니지만, 혼자서는 꾸준히 운동하기 힘들어하던 사람도 함께하면 지속해서 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엔 카카오벤처스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 같은 벤처투자사(VC)에서 15억원을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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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레바리’ 역시 2015년 9월 첫 시즌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트레바리는 4개월 단위 시즌제로 운영되는 독서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토론장소인 ‘아지트’에 모여 책을 읽는다. ‘클럽’이라 불리는 각 독서 모임은 참가자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으로 나뉜다. 보통 클럽 당 참가자는 10~20명 선이다. 한 번 클럽을 정하면 한 시즌 동안 바꿀 수 없다. 물론 유료 서비스다. 해당 클럽에 전문가가 ‘클럽장’으로 활동하는 곳은 시즌당 29만원, 클럽장이 없는 곳은 19만원을 각각 내야 한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 50여 명의 클럽장이 활동 중이다.


‘모여서 책을 읽는다’는 단순한 모델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호응하면서 현재 회원 수는 5500여 명에 이른다. 윤수영(31) 트레바리 대표는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는 해보지 못했을 생각을 함께 읽으면서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트레바리 역시 지난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45억원)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5억원)로부터 총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오프라인 모임 공간인 아지트 역시 강남과 압구정, 안국, 성수 등 네 곳으로 늘어났다.










현재까지 6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여성 다이어트 전문 스타트업 다노 역시 ‘다이어트’와 ‘커뮤니티’란 두 가지 키워드를 무기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다노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다이어트 관련 콘텐트를 제공받고, 유료 클래스인 '마이다노'에선 여성 회원 개개인에 적합한 온라인 다이어트 코칭을 받는다. 매월 7~8만원가량이 드는 유료 프로그램이지만, 연인원 기준 10만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다. 다노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200만 건을 돌파했다.


다노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 다이어트 전후의 실제 사진을 온라인 공간을 올려야 하는 만큼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는 게 더 편안한 코칭이 가능할 것이란 취지에서다. 덕분에 유료 프로그램 이용자의 95% 이상이 20~30대 여성이다. 여기에 코칭 상담소나 회원을 위한 오프라인 운동 클래스, 쿠킹 클래스 등 살롱문화의 특징을 적절히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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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스타트업 모두 회원들에게 일정 부분 과제를 부과하고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재미를 배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버핏서울은 오프라인 운동모임이 없더라도 매일 매일의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 과제를 부과한다. 홈 트레이닝을 잘해온 이에게는 ‘버찌(버핏배찌)’란 자체 포인트가 제공된다. 오프라인 뒤풀이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그렇다.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모임 이틀 전에 400자 이상 쓴 독후감을 내도록 한다. 독후감을 쓸 만큼 제대로 책을 읽어와야 내실 있는 토론이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다노 역시 그날그날의 운동량을 충실히 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처럼 살롱 문화에 기반해 세를 불리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결국 비싼 돈 내고 참가하는 단순한 사교모임 아니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스타트업과 서비스는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20·30세대는 형제 수도 적고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호 속에 자라다 보니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익숙하지 않지만,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수요는 어느 세대에게나 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살롱 문화 기반 스타트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교=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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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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