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 은퇴 후 여유 즐긴다? 그런데 이런 생활 50년 더 한다면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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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56)씨는 요즘 후회가 많다. 김 씨는 대학 영어교육과를 나와 한 중견기업에 취직해 관리부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3년 후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다. 하지만 두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도 그냥 집에만 있지는 않았다. 본인의 전공을 살려 혼자 영어학원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아파트 상가 3층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을 시작했으나 교재가 생각보다 부실했고, 본사의 간섭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를 탈퇴하고 개인영어학원으로 전환했다. 물론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짜야 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써야 했지만, 다양한 교재를 활용할 수 있고 김 씨의 생각대로 운영할 수 있어 좋았다.


영어학원은 잘됐다. 김 씨가 학원생 한명 한명에게 꼼꼼하게 신경을 썼고 결과적으로 성적도 많이 올랐다. 수업 때문에 너무 바빠 보조 강사를 채용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학원이 비좁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강사 인건비를 생각하니 그냥 혼자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도 방과 후에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학원으로 오게 해 과제를 지도해주고 여러 가지를 챙길 수 있어 괜찮았다.



직업상담사로 제2 직업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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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50세가 됐을 때 자녀들도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고, 초등학생과의 감성 교감도 젊었을 때 비해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영어학원을 그만두게 됐다. 김 씨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그림도 배우고, 동네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하고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평생을 일하던 그녀에게 일이 없어지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도 경제활동을 하고 아이들도 취업해 제 앞가림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은 없지만, 막상 본인의 수입이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도 생겼다.


우연한 기회에 직업상담사에 대해 알았고, 독하게 준비해서 한 번에 합격했다. 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 합격자 명단에서 본인 이름을 확인한 순간 김 씨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에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 당장 직업상담사로 취업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방법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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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 씨는 직업상담사 시험장에서 안내받은 국비로 교육이 지원되는 취업컨설턴트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은 3개월에 걸쳐 상담기술, 직업심리검사, 직업지도기술, 취업지원사업실무 등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여성들이 대상인데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나이도 20대 후반부터 다양하다. 전직도 경력단절여성, 전문 상담사, 기간제 교사, 고시준비생 등 여러 부류의 사람이 참가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보다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이 과정에 참석했다고 말한다. 김씨 역시 이론으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 이 과정에 참석했다. 매일 아침 일찍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교육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는 하지만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러면서 학원을 정리했을 때 바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새로운 경력을 개발했으면 지금쯤 제2 직업인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위 사례자는 50살에 학원을 정리한 후 은퇴했다. 그리고 미술을 배우면서 운동을 하면서 본인에게 주어진 여유시간을 즐겼다. 문제는 이런 시간을 앞으로 50년 동안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김연아 선수는 2014년 소치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김연아가 1990년생이니 24세에 은퇴한 것이다. 그럼 앞으로 남은 세월을 김연아는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의 은퇴이지 인생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김연아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것을 보면 멋진 인생을 개척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사람이 주된 일에서 퇴직하는 것을 인생에서 은퇴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제는 그 개념이 바뀌었다. 은퇴 후에도 시간제 일을 가지거나 다양한 형태로의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정의는 의미가 없다. 이제는 하나의 사회적 역할에서 다른 사회적 역할로 이동하는 것으로 본다.



은퇴? 다른 사회적 역할로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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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던 일에서 퇴직하는 것이 인생에서의 은퇴는 아니다. 다른 역할을 찾는 것이다. 물론 몇십년간 익숙했던 역할에서 모르는 다른 역할로 이동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런 점이 일반적으로 은퇴에 대해 두렵고 부정적인 생각이 크게 나타나는 원인이다. 나의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을 받자. 위 사례자도 국비 교육으로 진행되는 교육에 참석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본인의 역할을 찾아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의 학교-직장생활-은퇴생활의 3단계 인생에서 지금은 은퇴 후에 영위해야 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직장생활-2번째 새로운 역할-3번째 새로운 역할의 다단계 인생으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용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의 삶을 개척하자.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지원센터’, ‘서울시 50+재단‘,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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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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