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배민·띵똥은 못하는 생활 심부름 시장 파고든 '김집사'

[비즈]by 중앙일보

남 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⑥ 앱 '김집사' 만든 최우석 (주)달리자 대표


“우리 아파트에는 2000원에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심부름 업체가 있어.”


지난 주말 30대 직장인 전지연씨가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몇 달 전 출산 후 육아 휴직 중이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쬐겠다며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자랑’이 쓰레기 처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 그것도 2000~4000원의 적은 비용에, 한번 고객으로 등록하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은 쓰레기는 공짜로 언제든지 버려준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전씨는 “즉시 거주 중인 아파트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한지 검색해 봤지만 서비스 지역이 아니어서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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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이 서비스의 정체는 생활밀착형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 '김집사'다. 게임개발업체, 티몬 광고 플랫폼 개발사 등 IT 회사 출신의 최우석 대표가 지난 2018년 초 론칭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파크하비오 아파트를 시작으로 송파구의 대단지 오피스텔에서 시범 서비스 마치고, 지금은 서울·경기 지역의 160개 아파트단지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김집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가구 수만해도 누적 15만 세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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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들은 주로 자전거로 이동한다. [사진 김집사]


주문 20분 내에, 2000원 받고 심부름을 해준다고?


서비스의 핵심은 아파트 상가의 '집사 스테이션'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 '집사'다. 휴대폰 앱으로 신청하면 해당 아파트 상가에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바로 출동해 소소한 집안일을 해결해 준다. 이동은 자전거나 도보로, 시간은 신청이 들어온 지 20분 만에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서비스는 쓰레기 버리기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는 2000원,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는 3000원이다. 두 가지를 한 번에 신청하면 1000원을 할인해준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공짜로 버려준다. 4000원에 집안 쓰레기를 모두 해결하는 셈. 이외에도 세탁소에서 옷을 찾아다 주거나, 아파트 상가 내에 있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다 주고, 편의점에서 커피·과자 등 간식을 사다 주는 등 자잘한 살림과 심부름을 대신 해준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선 아이가 잊고 간 책을 학교·학원에 가져다주거나 아이가 먹을 간식을 사다 주는 심부름 서비스가 인기다.


여기까지 하면 '띵똥' 등 기존 심부름 업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김집사는 분명한 구조적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띵똥이 오토바이 라이더가 강남 지역 위주로 시행하는 서비스라면, 김집사는 월급제로 고용된 직원이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만 서비스한다. 최 대표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임금제가 아니니 고객에게 얼마를 받든 품질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문을 받은 지 20분 이내에, 서비스는 한 건당 2000~3000원 사이에 제공하니 사용자 입장에서 안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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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먹을 돈가스 배달시켰다가 만든 서비스


김집사는 최 대표가 휴일에 쉬면서 어린 두 아들의 식사를 챙겨주다 떠올린 아이디어다. 돈가스를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집 근처 식당에 주문했는데 "음식은 금방 되지만 배달이 늦어 1시간 뒤에나 돈가스를 배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직접 돈가스를 사러 다녀온 경험 때문이다.


"집 가까이 사는 친구와 술을 마시며 그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직접 배달 서비스를 한번 해보자고 농담으로 이야기한 게 시작이에요. 곧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해 상가 내 카페에 대기 시키고 카카오 플러스친구를 통해 서비스 주문을 받아봤는데, 하루 주문자만 30명이 넘더라고요. 주문자 수를 보고 '되겠다' 싶어 바로 본격적인 서비스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배달의 민족' '띵똥' 등 기존의 온디맨드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노린 게 적중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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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집사 아이콘

지금 김집사는 무섭게 사세를 확장 중이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받은 주문 수만 1만5000건이 넘는다. 서비스에 대한 소문이 날수록 주문 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편리함에 한 번 사용한 고객이 단골로 변한다. 한 달에 7~8번 이상 주문하는 고객도 많이 생겼다. 업주에게 배달비나 광고비 부담을 지우지 않으니 가게 주인들도 호감을 표시한다.


"기존 배달 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식당이 많은 것 같아도 따져보면 지역 상권의 2% 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식당 사장님들은 배달 앱을 쓰면 수익 구조가 안 좋아져요. 김집사는 여기에서 자유로우니 사장님들이 좋아합니다. 실제로 우리 때문에 매출이 10~20%가 올랐다는 곳도 생겼어요.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니 뿌듯하더라고요."



"수고한다 한마디만 해주세요"


최 대표는 쓰레기 버리기를 넘어 향후 식료품·반찬·밀키트 등을 배달하는 '그로서리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이미 '프레시지'와 함께 제휴해 4곳의 집사 스테이션에 대형 냉장고를 들여놓고 프레시지의 식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인터뷰를 끝내며 최 대표에게 힘든 점을 물었다. 그는 "돈만 주면 뭐든지 시켜도 된다는 오해"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음식점 사장님들이 2000원이면 배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사들을 막 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 보탬이 되는 것인데, 돈을 냈으니 아무 일이나 다 해야 한다든지 막말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만나면 힘들죠. 집사들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수고한다'는 한마디 말이 매우 큰 힘이 된답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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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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