헵번은 요크셔테리어, 피카소는 닥스훈트, 그럼 처칠은?

[라이프]by 중앙일보


[더, 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32)

반려동물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떠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세계적인 유명 인사 중에서도 개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일화를 남긴 사람들이 많다.

중앙일보

헬렌 켈러와 그의 반려견. [사진 Wikimedia Commons]

‘나는 눈과 귀와 혀를 빼앗겼지만 내 영혼을 잃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고 오로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라는 헬렌 켈러 여사도 개를 사랑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평생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웠지만, 그중에서 대학 시절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토마스경’이란 이름의 보스턴 테리어를 가장 좋아했다. 그녀는 평소에 ‘내가 이렇게까지 개를 좋아할 줄 몰랐다. 토마스 경은 나의 기쁨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환경이 허락하는 한 산책을 하거나 차를 타거나 배를 탈 때도 늘 토마스 경을 데리고 다녔다. 앉아서 토마스경의 목을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거나 한 손으로는 점자책을 읽고 한 손으로는 토마스 경을 쓰다듬고 있는 사진이 여러 장 남겨져 있는데 그녀의 온화한 표정에서 토마스경을 얼마나 아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많은 개를 키웠고 개에 대한 칼럼을 직접 썼을 만큼 평생 개를 사랑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내가 키웠던 개들은 모두 내가 가진 장애를 잘 이해했고 내가 혼자 남겨질 때면 언제나 내 곁을 지켰다. 개들이 보여준 사랑에 나는 정말 행복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집스러운 불도그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은 미니어처 푸들 ‘루퍼스’를 무척 사랑해 어디든 데리고 다녔고 항상 같은 침실에서 재웠다고 한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개를 좋아했던 인물로 당시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문제로 자주 만나고 있었는데 식사자리에도 개를 동반하곤 했다. 두 정상이 함정에서 전략을 논의하는 동안에도 개들은 배 안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처칠은 루퍼스에게 늘 아이에게 말을 걸듯 다정하게 말했다 한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 개에게 해코지하는 장면이 나오면 ‘이 장면은 보지 말아라. 내가 나중에 얘기해 줄게’하며 루퍼스의 눈을 가렸다는 일화도 있다. 처칠은 루퍼스가 세상을 뜨자 같은 품종인 푸들을 다시 입양했고 그에게 ‘루퍼스 2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은 개를 무척 좋아했다. 맨 처음 키운 것은 ‘미스터 페이머스’라는 이름을 가진 요크셔테리어다.


그녀에게 미스터 페이머스는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고 전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오래 살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일찍 떠났다. 그를 잊지 못한 그녀는 또 다른 요크셔테리어를 바로 입양해 ‘아삼 오부 아삼’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일할 때도 데리고 다녔고 넓은 영화 촬영장을 돌아다닐 때는 자전거 앞 바구니에 태우고 다녔다 한다. 휴가를 가거나 쇼핑을 할 때도 늘 안고 다녔는데 지금까지 남겨져 있는 그녀의 수많은 사진 속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아름다웠던 그녀가 요크셔테리어를 안고 밝게 웃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중앙일보

피카소와 그의 반려견 닥스훈트 럼프. [사진 picasso & lump 표지]

현대 미술의 거장인 파블로 피카소는 아프간하운드를 비롯하여 닥스훈트, 복서, 푸들 등 많은 품종의 개를 키운 유명한 애견가다. 개는 그의 삶의 일부였고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친구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였다. 닥스 훈트 ‘럼프’는 피카소의 무릎에 앉아 식탁에 있는 그의 음식을 먹곤 했는데 그 모습을 매우 사랑스러워했다고 전해지고, 아내와 함께 바닷가에서 휴식을 즐길 때는 아프간하운드가 함께하였다 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개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아프간하운드를 좋아해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 그중에 ’카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를 가장 사랑했다고 전하며, 카불은 그의 부인 중 하나였던 재클린의 그림 속에도 자주 함께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개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감을 준다고 했다. ‘나는 작업 중에도 카불을 생각하곤 합니다. 카불이 자기 마음속에 들어오면 그림도 바뀌곤 하지요. 카불처럼 얼굴이 뾰족해지거나 머리카락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달레이 광장의 상징물이 된 15m 높이 피카소의 조각물 ‘시카고 피카소’도 카불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에서 아프간하운드의 길고 날렵한 얼굴, 흐르는 듯한 긴 털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