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때 재산 나눴어도 남편 연금 분할요구 할 수 있나요

[비즈]by 중앙일보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82)

10년 전에 이혼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은 이혼을 원했어요. 그 전에도 남편은 정해진 생활비를 주는 것 외에는 아이들과 외출도 하지 않았어요. 왜 우리 아빠는 야구도 좋아하지 않냐고 아이들이 원망하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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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저는 이혼하고 살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며 남편에게 매달렸지만 사실은 저 혼자 오롯이 아이들을 건사하면서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더욱 말수가 없어졌고, 이제는 놓아달라고 합니다. 제 나이가 50대 후반에 접어들자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부부의 정을 모르고 십 수 년을 살았는데 혹시나 제가 중병에 걸리면 남편이 저를 요양원에 보내놓고 얼마나 저를 외롭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 결기가 생기더군요. 제가 이혼에 동의를 하니 남편은 그 동안 상담을 해왔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합의서를 작성해 왔어요. 재산도 단출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반씩 나누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합의서의 분량이 제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연금을 각자 받고 상대방이 받는 연금에 대해서는 분할연금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보니 남편의 국민연금에 대해 이혼한 다음 제가 반을 달라고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도 연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정도는 알고 있는데 연금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지요. 남편은 화를 내었지만 이내 알겠다고 하더니 그 조항을 삭제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혼 합의서에는 재산분할에 대한 내용은 집을 팔아 나눈다는 것만 적었습니다. 그러면 저도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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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네. 맞습니다. 예전에는 이혼한 후 받는 국민연금의 분할 비율을 당사자들이 임의로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정 전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에 의하면, ① 노령연금 수급권자와 전 배우자 사이의 혼인기간 중 5년 이상이 노령연금수급권자의 국민연금가입기간 내에 있고, ② 노령연금수급권자와 이혼한 전 배우자가 60세가 된 경우 전 배우자는 노령연금수급권자의 노령연금 중 일정액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으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액은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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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혼인 기간 중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하지 않은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균분하여 지급받는 것은 혼인 기간 중 상대방 배우자의 연금 형성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기 위해 마련된 분할연금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2015. 12. 29. 법률 제13642호로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민법상 재산분할청구제도에 따라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르도록 하는 분할연금 지급의 특례를 신설하였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일정한 수급요건을 갖춘 이혼배우자는 국민연금법 제64조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으로 받을 수 있고,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에 따라 이혼당사자의 협의로 연금의 분할 비율에 관하여 달리 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최근 대법원은 2019. 6. 13. 선고한 2018두65088 판결에서 “국민연금법상‘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이혼당사자 사이의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답니다.


배인구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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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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