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행 컨테이너서 "엄마, 저 죽어가요" 문자한 베트남 여성

[이슈]by 중앙일보

영국 동부 에식스주로 운송된 냉동 컨테이너에서 사망한 39명 중 일부가 베트남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경찰의 최초 보고서에선 사망자를 전원 중국인으로 추정했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사망자 중 베트남인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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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 팜 티 트라 마이(26)는 지난 23일 오전 4시28분 어머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엄마, 미안해요. 저의 여행은 성공하지 못했어요. 엄마 사랑해요.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숨을 쉴 수 없어요. …저는 베트남 하틴 캔록에서 왔어요.… 엄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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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티 트라 마이(26)가 지난 23일 오전 4시28분(베트남 현지시간) 어머니에게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 [트위터 캡쳐]

가족들은 냉동 컨테이너에 갇혀 39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 딸이 사망자에 포함돼 있는지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베트남 대사관 측은 “영국 에식스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디언의 확인 요청에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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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영국 시간으로 지난 22일 오후 10시28분. 냉동 컨테이너가 벨기에에서 출발한 선박에 실려 영국으로 건너가고 있던 때다. 그로부터 2시간 10여 분 뒤 39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BBC는 팜의 가족이 그녀의 영국행을 위해 밀항업자에게 3만파운드(한화 4520만)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냉동 컨테이너에 갇혀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베트남인들은 더 있다. BBC는 베트남 국적 26세 남성과 19세 여성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의 가족은 밀입국 조직으로부터 알선료를 돌려받았다. 또 19세 여성의 가족은 그로부터 중부유럽 시간으로 오전 7시20분에 전화를 받았다. 그는 곧 컨테이너에 들어가야하니 검색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민간인권단체(Human Rights Space)의 호아 응히엠 변호사는 "자신의 친척이 냉동 컨테이너 사망자에 포함됐을까 걱정하는 6식구 이상을 알고 있다"며 "그들 중 일부는 10월 23일 영국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현재 소식이 끊겼다"고 밝혔다.



죽음의 컨테이너, 밀항 포인트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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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명의 목숨을 앗아간 냉동 컨테이너가 불법 밀입국 알선이 빈발하는 프랑스 항구 인근을 거쳐간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가디언은 컨테이너의 GPS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냉동 컨테이너가 영국으로 이송되기 전 6일간 프랑스 됭케르트와 릴, 벨기에 브뤼허 3개 도시를 거쳤다고 전했다. 됭케르트는 영국 불법 밀항 알선 행위가 빈발하는 프랑스 칼레항 인근이다.



(중부유럽ㆍ영국, 1시간 시차)


10.15 GTR,컨테이너 임대


10.16 더블린→북 웨일즈 홀리해드→유럽 본토


10.17~10.22 프랑스 덩케르트→릴→벨기에 브뤼허


(10.22 07:20 베트남 여성(19) "컨테이너 들어가야" 전화)


10.22 14:49 벨기에 제브뤼헤항,냉동컨테이너 도착


(10.22 22:28 베트남 여성(26) "죽어가고 있어" 메시지)


10.23 00:30 영국 퍼플리트항 터미널 도착




10.23 01:40 글레이드 산단 하역 중 사망자 39명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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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컨테이너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GTR(Global Trailer Rental)이 지난 15일 아일랜드 국경에 있는 한 회사에 임대했다. GTR이 운송업체가 아닌 다른 회사에 컨테이너를 임대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후 컨테이너는 아일랜드 남쪽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16일 밤 더블린 항구를 거쳐 유럽 본토로 옮겨졌다.


이어 17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의 덩케르트와 릴, 벨기에의 브뤼허를 차례로 거쳤다. 프랑스 덩케르트는 칼레에서 불과 40분 거리에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인구 10만의 작은 항구도시 칼레는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을 상대로 한 불법 알선업자(people-smuggler)들이 판치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트럭 소유주 부부,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


한편, 영국 데일리메일은 경찰이 토마스(38)ㆍ조안나 마허(38) 부부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냉동 컨테이너를 운반한 트럭의 마지막 소유주였다. BBC는 이들이 1년 전 트럭을 불가리아에 팔았으며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트럭을 운전한 기사 모 로빈슨은 구속 시한이 24시간 더 연장됐다. 에식스 경찰은 그의 살인 가담 여부를 계속해 조사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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