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에겐 서울 곳곳이 BTS 테마파크

[컬처]by 중앙일보

‘러브 유어셀프’ 투어 29일 피날레

강남·이태원 등 해외팬 순례 행렬

공연실황 영화관 생중계도 인기

“문화로 관광객 유입 새로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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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까지 즐거움 가득한 테마파크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지난 8월 사업설명회에서 밝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 윤석준 대표의 말이 현실이 됐다. 26~27, 29일 사흘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공연에 맞춰 지방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아미(팬클럽)’가 서울 전체를 거대한 놀이공원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공연 관람객은 1회 4만3000명으로 3회 총 13만여 명 수준이지만 파급효과는 이를 훨씬 웃돌았다. SR은 지방 팬들을 위해 공연 기간 수서발 부산행 SRT 좌석을 2배 증편했고, 공항철도는 25일 일일 열차 이용객 사상 최대 기록(32만6386명)을 경신했다. 피 튀기는 예매 전쟁에 실패한 팬들까지 성공적인 피날레를 자축하기 위해 운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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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발걸음은 아침부터 바빴다. 공연은 오후 6시 30분 시작해 3시간 남짓 진행되지만,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쫓기 위해서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지난 18일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HOUSE OF BTS)’다. 지난 4월 발매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맞춰 핑크색으로 꾸며진 이곳은 80일 동안만 한시 운영한다. 콘서트 기간을 맞아 수천 명의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면서 7~8시간은 기다려야 간신히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28일 오전에 만난 미국인 카라 케이시(25)는 “새벽 1시에 와서 아예 여기서 잤다”며 “처음 만난 사람들도 아미라는 공통점 덕분에 곧 친구가 되니 전혀 지루하거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앨리스 크루즈(21)는 “수백 번은 돌려봤던 뮤직비디오 속으로 직접 들어온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며 “이곳은 단순히 굿즈를 사는 곳이 아니라 테마파크이자 박물관 같은 곳이다. 팬들을 향한 이 같은 대접이 우리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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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라인프렌즈 스토어도 이들의 필수 방문 코스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디자인부터 참여한 BT21 캐릭터 상품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온 노엘리아 고메즈(21)는 “굿즈를 다 샀으니 이제 ‘DNA’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피자집에 갈 것”이라며 “‘봄날’ 재킷 사진을 촬영한 강릉 주문진의 향호해변 버스정류장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팬 커뮤니티 앱 ‘위버스’에는 공연장 포토존에서 찍은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공연장 맵을 열면 티켓 박스·MD 현장 수령 등은 물론 이벤트존의 대기 시간까지 알 수 있다. 티켓 구매의 불공정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추첨제 역시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암표상이 사라지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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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로, 27일 공연은 극장에서 생중계하며 플랫폼을 다변화한 것도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지난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공연 당시 처음 도전해 14만 명이 지켜본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온 회사원 리하쿠엔(25)은 “베트남에서 이번 투어가 열리지 않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웸블리 공연을 온라인으로 봤다”며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27일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에서 열린 라이브 뷰잉 예매도 치열했다. 1만3000여석이 순식간에 매진됐을 정도다. 극장에서도 중앙 컨트롤 방식으로 아미밤(응원봉) 조명을 색색깔로 연출해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450석 규모의 코엑스 MX관은 해외 팬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8살 딸과 4살 아들을 데리고 온 김모(40)씨는 “콘서트는 만 9세 이상만 관람 가능해 어제는 혼자 갔지만 오늘은 아이들과 다 같이 볼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29일 공연으로 1년 2개월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8월 시작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와 확장판인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로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62회 공연을 통해 206만 여 관객을 만났다. 300여 개의 드론이 보랏빛으로 수놓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소우주’를 부르며 이날 공연을 끝맺은 이들은 “웸블리처럼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를 알아봐준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더 멋진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 아미에게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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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스타디움 투어에서만 1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석 11만원인 이번 서울 공연은 티켓 수익만 약 14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네이버 V라이브에서 3만3000원(14만 명 가정), 극장에서 2만8000원을 결제한 유료 관객을 더하면 50억원 가량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다음 달 24일 열리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투어 오브 더 이어’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로 인한 간접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방탄소년단 5기 팬미팅의 경제적 효과를 연구한 고려대 경영대 편주현 교수는 “팬미팅 관람객 중 10% 정도가 외국인이어서 상당한 간접 효과를 유발했는데 이번 콘서트는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상품을 수출하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트로 시작해 한국으로 관광객 유입까지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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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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