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애용하는 킬리만자로 커피, 뜻밖의 비결은 바나나나무

[푸드]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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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커피는 세계 어디서나 대접받는 명품 커피다. 대대로 영국 왕실 식탁에 올랐고, 헤밍웨이가 사랑한 커피도 킬리만자로 커피였다. 커피 한잔 마시겠다고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로 향했다.


킬리만자로 남쪽 기슭 해발 800m에 자리한 모시(Moshi)는 전 세계 등반가에게 퍽 이름난 도시다. 주로 모시를 베이스 캠프 삼아 하룻밤 머물고, 해발 1980m 마랑구(Marangu) 게이트를 거쳐 정상에 오른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여서 ‘코카콜라 루트’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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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와 마랑구는 킬리만자로의 관문이자, 킬리만자로 커피의 주생산지다. 고산지대인 동시에 강수량이 풍부하고, 화산재 토양을 갖춰 커피 재배에 제격이다. 해발 1500~2000m의 산자락에 자리한 마랑구 마을엔 소규모 커피 농가가 유난히 많다. 가지런하게 나무를 심고 가꾸는 기업형 농장이 아니라, 야생 숲에서 커피를 재배해 로스팅하는 영세 농가가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야생 커피인 셈이다.


마랑구의 커피 농가 ‘바부 커피’에서 킬리만자로 커피를 체험했다. 동네에서 ‘커피 마스터’로 통하는 71세 바부 루와이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다.


뒤뜰은 바나나나무와 커피나무로 울창했다. 바부 할아버지는 “바나나나무 아래 커피나무를 심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 커다란 바나나 잎이 알아서 일조량을 조절해주고, 나중에 거름도 된단다. 소똥도 중요한 거름이다. 화학비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이른바 유기농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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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커피 체험에 들어갈 차례. 모든 건 전통 방식 그대로였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빨갛게 여문 커피콩(커피 체리)을 탈곡기에 넣어 껍질을 벗긴다. 이어 커피를 2주간 자연 건조한다. 물기가 빠진 커피콩은 절구에 다시 넣고 빻아 과육을 완전히 제거해낸다. 생두(그린 빈)를 만드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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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두를 볶는다. 로스팅이다. 요즘은 자동으로 회전하는 드럼형 기기를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킬리만자로 산골에 이런 게 있을 만무했다. 바부 할아버지는 뚝배기 같은 그릇에 생두를 붓고 모닥불 위에서 생두를 볶았다. 이 역시 전통적인 로스팅 방식이란다. 생두가 검게 그을리는 동안 커피 향이 진동했다.


“트왕가 트왕가 트왕가 투으니웨 카하와(twanga twanga twanga tunywe kahawa)”


로스팅한 원두를 다시금 절구통 넣은 바부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커피 민요를 부르며 절구질해댔다. “빻고 빻고 빻아서 커피를 마시자”라는 뜻이란다. 카하와는 스와힐리어로 ‘커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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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그라인딩 된 커피를 물에 넣고 끓여 커피잔에 따랐다. 그리고 천천히 음미했다. 향은 진하고, 맛은 부드러웠다.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걸터앉아 킬리만자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무엇에 비교할까. 마랑구에는 체험이 가능한 커피 농가가 10여 군데 있다. 농가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보통 10명에 150달러를 받는다.


킬리만자로(탄자니아)=글·사진·영상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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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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