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이착륙도 금지인데…수능장 인근서 태극기부대 행진

[이슈]by 중앙일보

14일 수능일과 겹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일

소음발생 우려…생가보존회 "숭모제 예년보다 축소"

우리공화당도 이날 태극기집회·거리행진 예고

"시험장 없다" 공지와 달리 500m 거리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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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일과 겹치면서 예년에는 볼 수 없던 문제가 생겨났다. 수험생들이 수능을 보고 있는 시간 동안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숭모제가 치러지고, 급기야 수험장 바로 앞에서 ‘태극기부대’의 거리행진도 이뤄지면서다. 자칫 행사장에서 발생한 소음이 수험생들의 집중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0학년도 수능은 14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6개 지구, 118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이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2주년 탄생일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다.


구미시는 매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숭모제례와 탄신제를 지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박 전 대통령 생가에 3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생가 추모관에서 숭모제례를 올리고 인근에 위치한 기념공원에 특설무대를 차려 탄신제를 진행했었다. 탄신제에선 여러 귀빈들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고 기념공연을 펼쳐 행사장 주변에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올해는 수능과 날짜가 겹치면서 구미시는 숭모제 행사를 크게 축소했다. 수능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행사를 주관하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30분간 생가 추모관에서 숭모제례만 올리고,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탄신제 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고, 매년 탄신제 후 열었던 대한민국 정수대전은 16일로 연기했다.


전병억 생가보존회 이사장은 “수능 시험장이 행사장과 가까워 수험생들이 차질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행사를 축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생가에서 직선거리로 약 800m 떨어진 곳에는 구미 제8시험장인 사곡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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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8시30분쯤 모든 행사를 마칠 예정이지만, 이날 오전 11시엔 우리공화당이 태극기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창당 취지로 삼을 만큼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기념행사를 중요시하는 정당이다. 수능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태극기집회를 강행한 이유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전 11시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탄신 102주년 제154차 태극기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차량을 이용해 구미시 광평동 홈플러스 구미점으로 이동, 낮 12시 30분부터 2부 집회를 진행한다. 2부 집회를 마치고 홈플러스 구미점에서 구미시청까지 약 4.5㎞ 구간에서 거리행진도 예정돼 있다. 오후 4시엔 구미시청 앞에서 3부 집회를 연다. 경북경찰청에 신고된 집회 인원은 1000명이다. 거리행진에는 경찰 200명 정도가 이들을 통제한다.


우리공화당 측은 “11월 14일은 수능 시험일이다. 따라서 대통령 생가에선 방송, 마이크 사용, 구호 제창을 하지 않는다. 생가 인근에 수능을 보는 학교가 있다. 이날 수능을 치르는 학생분들을 최대한 배려해 주길 당부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이날 태극기집회 행진 경로 인근에는 수능을 보는 학교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홈플러스 구미점 인근엔 562명이 시험을 치는 금오고(구미 제3시험장)가 위치해 있다. 거리행진 인파와 가장 가까워질 때 거리는 500m정도로 좁혀진다. 금오고는 구미지역 13개 시험장 중 사곡고(620명)와 형곡고(583명), 구미여고(583명)에 이어 네 번째로 수험생 인원이 많은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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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 듣기평가가 치러지는 오후 1시 10분부터 35분까지 시간 동안 사곡고와 금오고에서 수능을 치는 수험생들이 소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영어 듣기평가 시간대에 국내 전 지역에서 모든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통제하는 것도 그만큼 소음 영향이 큰 탓이다.


이승찬(37·구미시 공단동)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구호 제창을 안 한다 하더라도 1000여 명의 집회 참가객을 실어나르는 관광버스가 수험장 주변을 오가며 내는 소음, 거리행진에 따른 교통정체로 빚어지는 소음 등이 생길 수 있다”며 “날짜를 바꾸기 어려웠다면 올해만이라도 실내에서 행사를 치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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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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