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미셸 오바마 그래피티···미국이 반한 한국 아티스트

[컬처]by 중앙일보

LG유플러스X아이폰11 프로 광고 모델

한복입은 흑인 여성으로 美 언론 극찬

소외층과 한국적인 것 결합 이을 것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 인터뷰

흑인, 여성, 그래피티.


이 세 가지 단어에서 떠오르는 편견을 깬 작품으로 세계적 아티스트로 떠오른 이가 있다. '로열독'이란 예명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30)씨다. 그래피티란 길거리 벽면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조부와 아버지가 목사여서 ‘3대째 목사 가문’의 부담을 짊어진 심 씨는 미대 중퇴 후 필리핀 신학대를 입학했지만 2년 만에 중퇴했다. 고3 때 취미로 시작한 그래피티의 꿈을 접지 못해서다. 2016년 무비자로 그래피티의 본고장인 미국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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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씨는 미국 생활 한 달 반 만에 ‘흔들리며 피는 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에 한글로 된 캘리그래피를 곁들인 작품이다. 이 작품이 유명해지면서 그는 한복 입은 흑인 여성과 한글을 주제로 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된다. 세계적 팝스타 리한나가 심 씨의 그래피티를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우하면서 화제가 됐고, 한복을 입은 미셸 오바마의 그래피티로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인터뷰했다.


이방인인 심 씨가 그래피티의 원조국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심 씨는 이에 대해 “그래피티에서 외설적으로만 표현되던 흑인 여성을 한복을 통해 점잖게 예를 갖춰 표현한 것에 사람들이 감동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무시 받아왔던 것에 대한 상처와 회복, 화해 같은 다양한 메시지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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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는 작품에서 박술녀 한복의 디자인과 색감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최고의 한복이란 생각에서였다. 또 외국인에게 기왕이면 제대로 된 한복을 알리자는 생각도 컸다.


그가 말하는 그래피티의 매력은 ‘우연성’과 ‘평등’이다. 그는 “전시장이란 예상된 장소가 아닌 길을 가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강렬한 그림에 압도되는 되는 점이 첫 번째 매력”이라고 꼽았다. 이어 “세상의 그 어떤 권력자도 소유할 수 없고, 직접 거리로 나와서 작품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굽히지 않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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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그래피티의 가장 큰 매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최근 LG유플러스의 아이폰11 프로 광고에 모델로 출연하면서 6일 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건물주의 사정 때문에 촬영 직후 철거되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그림에 미안해서’ 철거 전날까지도 밤새 디테일을 완성해 나갔다. 해당 작품은 LG유플러스의 아이폰11 프로 광고와 스마트폰 속 사진으로만 남았다. 그는 ”그래피티 작품은 햇볕에 바래고 훼손되고 언젠가는 사라지는 운명이다. 한순간에 빛나고 사라지기 때문에 아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에 더 많이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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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말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청와대x아티스트 콜라보 전으로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그는 ‘어서와, 봄’이란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악수 장면을 그래피티로 그렸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릴 때 그의 등 뒤에선 “사탄아 물렀거라”는 말까지 들렸다고 한다. 그는 “나는 정치색을 안 가지려 하는 사람인데, 그 그림은 세계사에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라 생각해서 그렸다”며 “환대를 주제로 그린 그림인데 일부 사람들에겐 환대를 못 받는 그림이 됐고, 내 그림을 사람들이 안 좋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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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흑인 여성,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아이들 등 소외된 계층을 주제로 한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생각이다. 그는 “흑인이나 여성의 그림을 그릴 때, 백인이 아닌 동양인인 내가 그리는 그림은 당사자에게 공감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한복과 한글 등 한국적인 것의 결합을 통해 작품에서 아름다운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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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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