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지지 韓대학생에 "화냥년" 살인 협박도 하는 中유학생들

[이슈]by 중앙일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대학생과 중국 유학생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대자보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대학생을 향한 중국 유학생들의 인신공격과 혐오성 발언은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일부 학생들은 실질적인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 신상정보 뿌리며 살인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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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5일 “중국인 유학생들의 만행을 널리 알려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현재 한양대·한국외대·고려대 등지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지지 시위를 하는 한국인 학생들을 몰래 찍고 신상을 털어 사진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이던 여학생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이 게시판에 붙어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여학생의 사진은 ‘나는 기생충 같은 화냥년이야’ 등 모욕적 글과 함께 한국외대 교내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글쓴이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가뜩이나 숫자도 많은 데다 자기네들끼리 단톡방 같은 연락 체계를 만들어 홍콩 지지하는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뿌려대고 살인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이 만행 널리 알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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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 웨이보에 올라온 사진. 한 한양대생 얼굴 옆에 '홍콩독립분자'(港独分子)라는 글귀를 붙였다. [웨이보 캡처]

이날 한양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돈’을 내세우며 혐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유학생이 “우리가 학교에 돈 많이 낸다”며 인문과학대학 1층에 붙은 대자보 앞을 지나며 동전을 던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동전을 주워서 종이컵에 담고 대자보 앞에 뒀다. 최근엔 아예 학생들이 대자보를 지키기 위해 보초까지 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지난 13일부터 경찰관 1~2명을 학교에 파견해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씩 대자보가 붙은 인문대 로비를 순찰하며 충돌 예방에 나섰다.



2008년에도 비슷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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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화 민족주의로 인한 중국 유학생과 현지 학생 간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4월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중 중국 유학생들은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한국 시위대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오물을 던졌다. 당시는 티베트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고, 끝내 중국 정부가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진압하면서 전 세계가 티베트의 인권과 자유에 주목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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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로부터 반역자로 낙인 찍힌 왕첸위안. [SBS 캡처]

중국인 학생들은 다른 의견을 내는 중국인을 향해서도 가차 없이 위협을 가했다. 미국 듀크대에서 벌어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8년 듀크대에 유학 중이던 왕첸위안(王千源)은 공개적으로 티베트의 인권을 지지하고, 친·반 중국 시위대의 중재를 시도하다 민족반역자로 몰렸다.


인터넷에는 그의 사진과 고향 주소, 부모 이름, 본인과 부모의 신분증 번호와 출신 고교까지 모두 올라왔고, 그를 향한 협박과 위협이 이어졌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나는 이제 ‘기피 인물’이 되어 중국에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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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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