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현의 여기 어디?] 인증샷 5000개 육박하는 ‘조커 계단’

[여행]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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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때로 뜻밖의 유행을 만든다. ‘기생충’에서 박소담이 부른 일명 ‘제시카 송’이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가 뜨면 명소도 탄생한다. 어둑한 뒷골목이 관광지가 되기도 하고, 영화 속 지명을 딴 마을이 태어나기도 한다. 올해 전 세계를 달군 영화 ‘조커’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관한 이야기다.



검색어 '#Joker St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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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는 개봉 한 달 반 만에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약 1조1775억원)를 벌어들였다. R등급(17세 미만 부모 동반 필수) 영화로는 역대 최초. 국내에서도 524만 관객이 들었다.


‘조커’는 맨해튼‧브루클린 등 뉴욕시 곳곳에서 촬영됐다. 하나 주인공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살아가는 고담시는 우리가 알던 뉴욕의 모습이 아니다. 빌딩 숲이 아니라 암울한 뒷골목으로만 포커스가 옮겨 다닌다. 병원·지하철·극장 할 것 없이 죄 너저분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뜻밖에도 아서가 거닐던 허름한 골목길은 개봉 후 관광객이 몰리며 뉴욕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게리 글리터의 노래 ‘헤이’에 맞춰, 광기 어린 춤을 추던 그 계단길이다. 조커로 변한 아서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영화 포스터의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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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단은 뉴욕 브롱크스 웨스트 167번가와 앤더슨 에비뉴 사이에 있다. 이름도 없던 60m짜리 계단이 이제 ‘조커 계단’으로 불린다. 인스타그램에 ‘#Joker Stairs’ 해시태그를 단 인증사진만 5000개에 육박한다. 조커의 의상과 춤을 따라 하는 관광객, 피에로 분장을 한 관광객 등 풍경도 가지각색이다.


‘조커 계단’이 있는 브롱크스의 하이브리지 지역은 사실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로 분류되던 곳이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고, 후미진 길이 많아 우범 지대로 통했다. 영화로 인해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실이지만, 최근 낙서와 쓰레기가 많아진 탓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도 늘었단다.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뉴 아스가르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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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393만 관객을 운집시킨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도 흥미로운 장소가 있다. ‘뉴 아스가르드’라는 기괴한 이름의 지명을 아시는지. 우주를 벗어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노르웨이 퇸스베르그에 정착해 세운 마을 이름이다. 영화 초반 헐크(마크 러팔로)와 로켓(목소리 브래들리 쿠퍼)이 고물 트럭에 껴 앉아, 뉴 아스가르드로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퇸스베르그는 노르웨이 남쪽의 해양도시다. 토르가 본래 노르웨이 신화 속 천둥의 신이란 걸 생각하면, 당연한 위치 선정이기도 하다. 한데 뉴 아스가르드의 실제 촬영지는 노르웨이가 아니었다. 실제로는 영국에서 촬영했다. 스코틀랜드 남서쪽에 위치한 세인트 압스. 45세 이상 주민이 70%에 달하는 조용한 어촌이다. 인구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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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와 스쿠바다이빙와 전부였던 이 어촌도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후 명소로 거듭났다. ‘뉴 아스가르드 자매 도시(St Abbs twinned with New Asgard)’ 안내판 앞이 포토존으로 통한다. 문의가 늘자, 스코틀랜드 국경 협의회가 아예 마블의 허락을 받아 표지판을 세웠단다. 실제로 구글 맵에 ‘New Asgard’를 검색하면 세인트 압스로 안내된다.


영화 막바지에 등장한 세인트 압스 헤드 절벽은 국가 자연보호 구역이다. 푸릇푸릇한 들판과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이 기막힌 대조를 이룬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뉴 아스가르드 속 소품 가운데도 스코틀랜드산이 제법 있다. 토르가 달고 사는 술은 ‘이니스앤건’이란 이름의 로컬 맥주다. 스코틀랜드 사람이 물처럼 마신다는 국민 음료 ‘아이언 브루’로 등장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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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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