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욕정에 빼앗긴 사랑…토스카의 슬픈 아리아

[컬처]by 중앙일보

1900년 푸치니가 발표한 '토스카'는 1800년 로마의 명소 세 곳이 배경입니다. 신에 의지하며 일과 사랑밖에 모르는 평범한 여인의 일상이 알량한 권력을 쥔 파렴치한 인물에 의해 파괴되고 끝내 비극을 맞이하는 내용의 오페라입니다.


막이 오르면 카바라도시가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의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성모마리아 초상화를 그리면서 애인인 토스카와 비교하며 흡족해합니다. 카바라도시의 조수 역할을 하는 성당지기는 성모 초상이 미모의 후작부인을 닮아 불경스럽다며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성당지기가 나간 뒤 카바라도시는 친구 안젤로티와 반갑게 만나는데, 그는 나폴레옹을 추종하는 공화파로서 지금은 왕당파에게 쫓기고 있답니다. 토스카가 오는 소리에 급히 그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주고 다시 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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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는 왜 평소 같지 않게 성당 문을 잠갔느냐며 다른 여자랑 있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카바라도시가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며 그녀를 달래고, 토스카는 오늘 밤 공연이 끝난 뒤 별장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녀가 떠난 뒤 카바라도시는 변장한 안젤로티를 자신의 별장 우물에 숨겨주려 데리고 갑니다.


왕당파이자 로마의 치안총수인 스카르피아가 안젤로티를 추격하던 중 성당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성당을 수색하여 후작부인의 가족예배실에서 그녀의 부채와 도시락을 발견합니다. 안젤로티가 카바라도시의 도움으로 도피한 것을 눈치챈 그는 토스카에게 후작부인의 부채를 보여주며 카바라도시와의 관계를 의심하게 하지요.


질투에 휩싸인 그녀는 어쩐지 아까부터 이상했다며 사라진 그를 찾아 별장으로 달려가고, 스카르피아는 부하에게 그녀를 뒤쫓게 하지요. 미사가 열리고 신성한 ‘테 데움’ 연주되는 경견한 성당에서, 스카르피아는 진작부터 흠모하던 토스카를 차지할 애욕을 불태웁니다.

내 목표는 두 가지!


반역자 처단도 내 할 일이나 그보다는


저 오만한 여자의 눈빛이 욕정으로


내 품에 안겨 불타는 것을 보고 싶구나


하나는 교수대로


하나는 내 품 안에


토스카여, 너 때문에 천국을 버리노라!

이미 그의 목표와 목적은 분명해졌습니다. 경건한 장례식장에서 부하직원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과 같은 추악한 욕정만이 불끈 솟아오른 것이지요.


장면이 바뀌어 ‘파르네제 궁’의 스카르피아 집무실입니다. 토스카를 불러 안젤로티의 행방을 추궁하는데 그녀가 딱 잡아떼자,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고문합니다. 고문을 받는 애인의 비명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을 모른다면 몰라도, 알고 있는 것을 끝내 감추기는 너무나 힘들겠지요. 결국 토스카는 안젤로티가 숨은 곳을 실토합니다.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사형시킬 준비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제 방 안에는 토스카와 스카르피아만 남았습니다. 카바라도시를 살리려는 토스카와 그녀를 탐하는 스카르피아의 충돌이 치열하게 이어집니다. 돈을 얼마나 주면 되겠냐고 하지만, 스카르피아가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임을 알아챈 토스카는 격렬하게 반항하지요. 교활한 스카르피아가 서두름 없이 “한 번 죽은 사람은 여왕이라도 살릴 수 없다”며 압박하는 와중에 카바라도시에 대한 사형집행 북소리가 들려옵니다.


절망적인 토스카는 평생 예술을 하며 불쌍한 이를 돕고 하나님을 섬겨왔건만, 왜 이리 힘든 고통을 주느냐며 신을 원망하는 아리아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릅니다.



결국 토스카는 굴복하되, 대신 카바라도시와 함께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통행증을 요구합니다. 그제야 스카르피아는 부하에게 거짓처형 하라고 눈짓을 합니다. 통행증을 쓰고 그녀를 품으러 달려오는 징그러운 스카르피아의 가슴에 칼을 깊숙이 찔러 넣으며 그녀는 외칩니다. “이것이 토스카의 키스다!” 마음 착한 토스카는 그의 시신 위에 십자가를 올려주고 카바라도시에게 달려갑니다.


3막이 오르면 카바라도시가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산탄젤로 성’의 감옥입니다. 그는 토스카에게 일어난 일은 상상도 못 하고 그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허나 죽음 앞에 감정이 복받쳐 글은 써지질 않고 그녀와의 달콤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부르는 아리아 ‘별은 빛나고’가 밤하늘에 울려 퍼집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가사가 지나치게 섹시하고 관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는 가장 추억하고 싶거나 죽을 때까지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 떠오른 것이겠지요. 죽기 전이라고 꼭 정치적으로 강직한 소신이나 남은 연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내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토스카가 찾아와 연극처럼 거짓 사형집행이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들려주자 카바라도시는 살게 되었음을 기뻐합니다. 토스카는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럴 듯하게 잘 쓰러지라고 합니다.


허나, 애당초 연극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거짓처형은 단지 토스카를 갖기 위한 스카르피아의 간교한 속임수였을 뿐, 산탄젤로 성의 옥상에서 실제로 사형은 집행되었답니다. 그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스카르피아의 죽음을 확인한 군사들이 토스카를 잡으러 옵니다.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지옥에서 만나자~”를 외치며 성벽 아래로 몸을 던지면서 막이 내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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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는 하나부터 열까지 신의 가르침대로 살아온 여인입니다. 스카르피아를 죽이고도 “죽었으니 널 용서한다”던 그녀입니다. 그런 그녀가 신의 가르침에 역행하여 스스로를 죽이는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요? 푸치니의 '토스카'는 법 없이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그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보듬어준 위로의 오페라랍니다.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2022.08.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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