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 하루 4시간 노동"…50년 전 엑스포서 예측한 미래는

[테크]by 중앙일보

“암을 극복하고, 하루 4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다.”


50년 전 예측한 이 같은 2020년의 모습이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비교하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1970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당시 ‘미쓰비시 미래관’이란 전시관에서 만든 팸플릿 속에 등장하는 ‘2020년 미래상’을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 일본어판이 새해를 맞아 정리했다. 실제 2020년과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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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일본 오사카 세계박람회(엑스포) 전시관인 '미쓰비시 미래관' 의 홍보 포스터. "당신을 타임머신으로 서기 2020년 일본으로!"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사진 미쓰비시 미래관]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


“가사노동은 모두 기계가 하기 때문에 주부는 전자의자에 앉아 버튼만 누르면 된다.”


가사노동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전자동화의 물결이 가정으로 파고들 것이란 이 예측은 상당히 현실감이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각종 가전과 설비를 원격 조정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5G 시대를 맞아 이런 기술은 한층 더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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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의 주체를 ‘주부’로 한정한 걸 보면 미래 가족상의 변화는 제대로 관측하지 못한 것 같다. 하물며 매우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도 육아와 가사에 동참하는 아빠를 뜻하는 '이쿠맨(イクメン)'이란 조어가 몇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기술 진화를 다소 얕잡아본 경우도 있다. 70년대 당시로선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전 세계 TV 생중계’는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러시아워가 사라진다


'자유자재로 객차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고속통근열차'가 출현해 교통혁명을 가져오리란 전망도 등장한다. 출퇴근 러시아워가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70년대와 비교해 세계 주요 대도시를 달리는 전철의 속도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비슷한 상상이 현실에서 시도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튜브 형태의 진공 터널을 시속 1200km의 초고속으로 달리는 자기장 고속열차 구상을 내놨다. 이른바 ‘하이퍼루프(Hyperloop)’다. 현실화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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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뛰어든 상황이다. 선두주자인 버진하이퍼루프원은 네바다사막에서 400차례 이상 모의 테스트를 진행했고, 내년까지 두바이에 하이퍼루프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래 예측 팸플릿엔 “가정용 헬리콥터가 보급될 것”이란 대목도 있다. 실제 세계 각지의 수많은 스타트업 업체들이 이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호출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헬기 택시’ 사업을 열심히 추진 중인데, 지난해 7월 뉴욕 도심과 공항을 오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술이 불필요한 시대


2020년 이전 인류의 적인 암(癌)을 극복할 것이란 예측은 빗나갔다. 교통사고와 같은 돌발 상황 이외에는 수술도 필요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역시 현재로썬 미지의 의료기술이다.


인공장기가 보편화하고, 개인의 건강상태는 병원이 데이터로 원격 관리하면서 질병 기미가 있으면 알아서 부를 것이란 상상도 아직은 상상에 그친다. 50년 전 예측이 너무 앞선 탓일까. 의학의 발달은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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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기술로 24시간 업무가 계속돼고, 인간은 하루 4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다."


70년대와 비교해 평균적인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이런 꿈은 현실화되진 못했다. 로봇의 등장으로 육체노동이 거의 사라질 것이란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산업용 로봇의 역할과 활용 범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의 현대화된 공장 얘기일 뿐이다. 로봇 가격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의 인건비를 상쇄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과 조화로운 문명 구축


관념론적 예언도 등장한다. “주택은 평생 유일한 재산이란 소유물적 생각은 사라진다” “자연의 위협을 극복하고 틀림없이 자연과 조화로운 문명을 구축할 것이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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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유물론’에 대해선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볼 때 렌털 서비스와 공유경제의 확대가 유사한 흐름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자연재해는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노력이 절실한 분야마저 그렇다.


특히 지구온난화 충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에 따른 자본 논리의 확산과 양극화가 인류의 이상주의와 불협화음을 내면서다.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이지만, 영향력이 막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존의 틀을 무시하기 일쑤다. 50년 전 지구환경에 대한 유토피아적 전망은 인간의 이기심을 누르진 못한 셈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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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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