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기고 맛도 없는 과일이지만 근육통 치료엔 감초 격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66)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과는 네 번 놀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처음 보면 “무슨 과일이 이렇게 못생겼나” 싶을 정도로 울퉁불퉁 못 생겨서 놀란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가게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막상 코앞에 가져가면 “어? 향이 너무 좋은데” 하면서 놀란다. 많은 차 안에 방향제로 쓸 만큼 은은하면서 우아한 향은 어떤 향수 못지않다. 이 향에 속아 한 입 베물었다가는 온갖 인상을 다 쓰면서 퉤퉤 하며 뱉어내기 바쁠 것이다. 맛이 너무 없고 시큼 텁텁해서 또 놀란다. 과일 맛이 이렇다니 하면서 뱉어내다가 모과의 효능을 들으면 마지막으로 놀란다. “아니 이렇게 좋은 효능이?” 그렇지만 다시 맛을 볼 엄두는 안 난다. 그래서 모과는 청으로 만들어 먹는다.


『본초강목』이라는 아주 오래된 약초 서적에 따르면 모과는 음주로 손상된 부분을 낫게 하고, 가래를 제거하면서 소화를 편하게 한다. 또 설사할 때도 쓰며 입덧할 때도 좋다고 한다. 과일의 맛을 기대하고는 못 먹지만, 약으로 복용해야 할 때는 맛과는 상관없을 테니 이런 증상일 때 그냥도 좋고 익히거나 달이거나 해서 먹으면 좋겠다. 그 외에 동의보감과 각종 의서를 참고해 모과의 효능을 현대적인 의미로 두 가지로 정리하면 근육이 굳었을 때 풀어준다, 소화기를 좋게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약으로 모과를 쓸 때는 뭐니뭐니해도 근육통일 때 딱 먼저 떠올린다. 근육이 굳거나, 목 뒤와 어깨 근육이 단단해지고, 쥐가 잘 나는 경우에도 좋다. 근육통 뿐만 아니라 디스크 계열의 요통, 퇴행성 관절염에 쓰는 처방 중에 모과가 주요 약재인 처방이 있다. 원로 한의사로 명성이 높았던 고 배원식 선생의 활맥모과주라는 처방인데, 재밌게도 술로 만들어서 음용하도록 했다. ‘약에 웬 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한약을 달일 때는 ‘주수상반전(술과 물을 반씩 넣고 달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있다. 술의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게 빠르기 때문에 온몸의 혈액순환을 도울 때 좋다. 그런데 이 처방은 직접 술로 만들어 마시니 퍼지는 효능은 더 좋을 것이다.


처방은 모과 우슬 오가피 계지 8근(1근=600g) 당귀 천궁 천마 홍화 진교 위령선 의이인 5근 속단 방풍 4근을 분말로 해 소주에 넣고 숙성시킨다고 돼 있다. 꼭 술이 아니더라도 이들 약재는 근골격계를 좋아지게 할 수 있는 처방이니 다려 복용해도 효과가 있다.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제약회사에서 이 처방을 제약화해 양방병원에서도 처방하고 있다. 한국피엠지에서 레일라정이란 이름으로 만들어 진통과 근골격강화제로 내놓았을 정도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모과의 성분을 추출해 디스크 주사제로 놓았더니 연골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통증을 줄여 준다는 논문도 있다. 기존 한의학 처방에 근골격계에 관한 많은 처방에 모과가 포함돼 있다.


만성 목디스크로 인해 목을 돌릴 때마다 뻣뻣하고 숙일 때마다 고통받으며 팔을 못 들어 올리는 환자가 있었다. 모과를 주약으로 근골격계에 좋은 약초를 환자에게 맞게 배합해 처방했더니 두어 달 만에 씻은 듯이 나아 만세하면서 사진을 찍었던 적도 있다. 또 스포츠 선수가 치료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직업에 비해 근골격계 손상이 많아 꼭 모과를 추가하는 편이다.


두 번째 효능은 소화기 쪽이다. 의서에 적힌 것처럼 위장을 편하게 하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답답할 때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가벼운 위장질환에도 좋다. 아마 1번 효능처럼 위장 근육 활동을 잘 시켜줘 풀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만 위궤양 정도로 진행된 위장병의 경우 도리어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서 써야 한다. 또 탄닌 성분 때문에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니 변비 환자도 역시 가려서 복용해야 하겠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과는 생으로 먹기는 힘들어서 청으로 만들어 먹는 편이 많다. 깨끗이 닦은 모과를 한 번 쪄 주면 더 좋다. 그냥 생 모과를 자르려면 칼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살짝 쪄 주면 칼질도 쉬울뿐더러 즙도 더 많이 나온다.


설탕을 넣어 청을 만들 때 배를 몇 개 갈아서 넣어주면 발효와 맛 두 가지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요즘 청을 만들 때 지나친 설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참고할만 하다. 원래 발효는 설탕을 소량만 넣어야 하는데 자칫 썩을 수 있어 안전하게 하다 보니 거의 동량인 50%까지 넣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설탕 녹은 물에 즙만 빠져나온 것을 건강에 좋다고 마실 수도 있다. 효능 좋은 약재를 잘 알고 먹어 몸을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