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봐주는 예식장…예비부부 "음식값 400만원 날릴판"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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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예비 신랑 신부에게도 근심을 주고 있다. 청첩장을 받는 하객들이 "우리 집에 아기가 있어서" "내가 최근 해외를 다녀와서"라며 참석하지 못한다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한다.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의 A 호텔 예식장은 한산했다. 호텔 안내데스크에는 마스크를 쓴 직원이 손님들을 안내했다.


호텔은 "하루 3번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를 하객들 보이는 곳에 뒀다. 그래도 줄어든 손님을 원상복구 시키기엔 부족하다고 한다. 예식 후 화환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확실히 하객 수가 많이 줄었다"며 "보통 예식 때 보면 좌석을 채우고 뒤쪽에도 하객이 많이 서있는데 요즘은 좌석을 겨우 채우는 듯하다"고 전했다.


23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 김모(34)씨는 걱정과 함께 예식장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그는 "단순히 예상 하객 수가 준 게 문제가 아니다"며 "예식장들이 주먹구구식 약관을 내세우며 지불보증인원(최소 하객)을 줄이지 않는 배짱영업을 하는 게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도 A호텔과 계약을 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불안감 때문에 그는 청첩장을 건넨 지인들에게 축하 메시지와 함께 "미안하다"고 인사를 함께 듣고 있다.



예비신부 "음식 400만원 어치 그냥 날아갈 듯"


김씨는 호텔과 계약을 맺을 때 최소 하객수를 300명으로 정했다. 예상보다 손님이 적게 와도 300인분 이상의 음식은 시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 때문에 예식을 3주 남짓 앞두고 100명 정도 줄여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호텔에서는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원 변경은 2주 전에 가능하긴 하지만 인원 수를 상향 조정할 때만 가능하다는게 계약 조건"이라는 게 호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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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300명분 음식값을 다 내면 저는 400만원 정도 손해를 볼 것 같다"며 "축의금으로 이 비용을 다 지불하더라도 호텔은 서비스를 덜 제공하고도 400만원을 그냥 벌겠다는 심산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또 "계약서 문구를 근거로 삼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하는데. 코로나는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인데 예식장들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호텔은 "신종 코로나는 확진자 수 등 현황으로 볼 때 현재로선 천재지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민원 넣자" 움직임


웨딩 정보 공유 카페에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예비 신랑·신부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심사 민원을 넣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비 신부 B씨는 "마포구 C예식전문업체와 계약했는데, 하객 30% 정도는 못 올수도 있다고 호소하자 '윗선에 결재를 올리겠다'고 하고 답이 없다"며 답답해 했다.


또다른 결혼예정자 D씨는 "예식 2주 전 인원을 확정한다는 약관에 작은 글씨로 '상향 조정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써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담동 유명 예식장도 언급됐다.


이들은 코로나 같은 국가적 사태에도 최소계약인원 하향 조정을 못 하게 하는 약관 자체가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한다. 취재 과정에서 10%까지 계약 인원 하향 조정을 해주는 업체도 있다는 걸 확인했지만, 이미 다른 업체와 결혼식 계약을 한 예비 부부 입장에선 상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 방식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예식장의 최소 인원 변경 거부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하려면 개별 계약마다 약관과 계약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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