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비결, 영양제도 건강검진도 아닌 ‘이것’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53)

국내 제약회사의 A 회장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정정하다. 어느 날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다가 마지막에 질문 하나를 했다. “회장님, 건강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회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짧게 답했다. “약을 잘 먹지 않습니다.” 제약회사 경영자의 답은 기자를 놀라게 했다. 건강하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약의 부작용을 알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미국의 어느 의사가 들려준 이야기다. 평소 자신의 단골인 중년 여인이 자신의 노모를 모시고 병원에 찾아왔다. 그녀는 어머니의 나이가 92세라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깔끔한 외모를 지닌 할머니는 건강이 좋아 보였다. 의사는 그녀의 팔에 혈압계를 감은 다음 혈압을 재면서 행여 걱정할까 봐서 마음을 풀어 줄 겸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 장수 비결이 뭐예요?” 그녀는 말귀를 못 알아들은 듯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의사는 그녀의 귓전에 입을 가져가서는 반복해서 질문했다. 그녀는 의사의 얼굴을 잠시 가만히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의사를 가급적 멀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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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는 의원이 동네에 한 두 곳 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전문의도 드물었다. 주민들은 다리를 다쳐도 그곳에 갔고 배가 아파도 그곳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환자가 너무 아파 의원에 오기 어려우면 의사가 왕진가방을 들고 집으로 찾아갔다. 당시 의사는 이웃 사람들의 사정을 전부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의료장비가 하나둘 병원에 설치되기 시작하더니 문진보다는 검사결과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졌다. 환자들도 값비싼 의료장비가 있는 곳을 선호했다. 그러다 보니 개업의들이 무리하게 의료장비를 사들였다. 돈이 좀 부족했지만 의사의 신용을 믿고 은행에서 제법 큰 금액을 대출해주었다. 의사들은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 때문에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검사를 권했다.


대규모의 경제는 의료계에도 적용이 되었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므로 병원들도 너도나도 대형화에 앞장섰다. 대학병원 역시 의료장비의 감가상각이 커지자 검사를 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니 예전처럼 환자들의 말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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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지만 병원 내 감염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이 종합병원이다. 사실 의사들이 일하는 병원은 환경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려다 자칫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건강 검진을 잘 받지 않는다. 환자에게는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은 잘 받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백만 원짜리 건강 검진도 있다. 첨단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병행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검사가 오히려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의술이 인술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상술로 변한 느낌이다. 의사도 생활인이라 무조건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의사의 탓이라기보다는 의료시스템의 문제다. 의사도 차분히 환자를 돌보고 싶지만 현행 의료제도로는 그럴 수가 없다. 어느 의사는 의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자신은 존경받는 의료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환자들에게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몇 편의 저서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는 그의 책에서 의사들이 제일 무서워하고 있는 상대가 환자라고 고백한다. 의사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데 환자들은 의사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그런 내용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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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백을 들어보니 의사에게만 의존하기보다 어느 정도 의학지식을 익혀야겠다. 병에 대한 치료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 방법마다 다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의사도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신의 치료방법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좀 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약사인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모친이 80대에 병에 걸렸는데 주치의가 한동안 진료를 하다가 하루는 고개를 저으며 임종을 준비해야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일단 어머니를 퇴원시킨 후 집으로 모시고 왔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어머니를 정성스레 돌보았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의 모친은 그 후 10년을 장수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신용을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격언이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자신의 몸이다. 이렇게 중요한 건강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소홀히 대하여 왔다. 건강을 잘 다스리는 것이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중에 건강을 잃을 때 사용하려고 평소 무리하게 돈을 모으다가 오히려 병이 나서 모아놓은 돈을 써버린다면 그것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몸을 위하여 스스로 건강에 관한 지식을 쌓아야 할 때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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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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