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대신 브래지어 캡” 유튜브 달구는 ‘수제 마스크 만들기’

[라이프]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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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꼭 필요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아예 직접 만들어 보자는 열혈 소비자들도 등장했다.


유튜브에는 이미 3주 전부터 #수제마스크 #마스크만들기 등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영상 제목은 ‘마스크 대란-스스로 극복해보자. 재봉틀 없이 마스크 만들기’ ‘일회용 마스크 만들기’ ‘마스크 주문이 취소돼서 직접 만듭니다’ 등이다. 이 영상들의 조회 수는 많으면 3주 만에 19만회, 적어도 1000회 이상을 넘긴 게 대부분이다.


영상의 내용은 비슷하다.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못 사니 내가 직접 만든다”는 도입부 설명과 함께 마스크용 원단 소개, 패턴 뜨기, 봉제 방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기능성 원단을 사용해 판매용 마스크 모양 그대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면 마스크 안쪽에 탈부착이 가능한 필터 원단을 붙이는 방법 등 선택 소재와 제작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면 원단 안에 스펀지로 된 여성용 브래지어 캡을 넣고, 운동화 끈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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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도 직접 마스크를 만들었다는 게시글이 넘쳐난다. 50대 직장인 오승명씨는 “아내가 직접 만든 수제 마스크 짱! 코로나 바이러스 우리 가족에겐 출입통제다”라는 게시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마스크 제작 과정과 완성된 모습, 직접 착용한 모습을 소개했다. 오씨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아내가 식탁에 앉아 직접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드는 걸 보니 마음이 짠했다”며 “마스크는 미세먼지 때문에 늘 써왔는데 이번엔 도저히 구할 수 없어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게 마스크 유통 질서가 안 잡혀서 그렇다는데, 정부가 이제 나선다고 하니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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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블로거는 “주문한 마스크보다 마스크 필터 원단이 먼저 도착해서 내일 쓸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다. 모든 부자재는 동대문 부자재 시장에서 파는 것을 사용하고, 고무줄과 코 철사는 버리는 마스크의 것을 재활용했다”며 “만들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내일 쓸 마스크가 없어서 꾹 참고 만들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에선 자신과 지인이 직접 만든 수제 면 마스크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알록달록한 무늬와 색이 들어간 면 소재로 멋을 낸 게 특징. 한 블로거는 “오랜 기간 (마스크를)착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나름 기준을 나눠 사이즈를 맞춰서 제작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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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제 마스크. 알록달록한 꽃 무늬와 체크 무늬를 사용하는 등 화려한 모습이 특징이다. @daldal_sunju0225

수제 마스크를 만들기 위한 마스크용 필터 원단과 끈 등 부자재들은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로 봉제용 원단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몰이다. 필터 원단의 경우 6000~8000원(길이 120cm 기준), 마스크 끈은 900원(270cm) 선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원단업체 관계자는 “상품을 올리는 족족 동날 만큼 주문량이 많다”며 “주로 20대 젊은층과 30~40대 여성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마스크 값이 빠른 속도로 폭등하고,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고육지책으로 나온 방법이지만 이렇게 만든 수제 마스크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제 마스크의 효과는 아직 어떤 경로로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사용을 권장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수제 마스크가 일반적인 면 마스크 기능은 할 수 있지만, 시중에서 파는 필터 마스크 정도의 효과를 보진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 침이 튀는 것을 막을 순 있지만, 외부 원인으로부터 내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혹여 마스크를 직접 만들더라도 이미 사용했던 마스크의 끈이나 와이어를 떼어내 재활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미 오염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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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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