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운 남편, 몸만 나가? 그건 드라마 속 얘기지

[이슈]by 중앙일보

변호사가 본 ‘부부의 세계’ 이혼 현실

김희애 “내 인생서 그 놈 도려낸다”

실제 남편들 한푼이라도 더 집착

속옷 불륜증거는 재산분할과 무관

자녀 교섭도 소송 걸면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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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겁니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지선우(김희애)가 변호사를 찾아가 한 말이다. 김희애의 도발적 복수 선언이 극적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며 드라마의 인기도 수직 상승 중이다. 1회 6.26%로 시작한 ‘부부의 세계’ 시청률은 지난 4일 방송된 4회에선 14%를 기록했다. 이제 서막을 연 김희애의 복수극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이혼 사건 전문 법률사무소 나우리 이명숙 변호사의 도움말을 들어 드라마 속 상황과 실제 이혼 사례의 경우를 비교해봤다.


#아내 “내 아들, 내 집, 내 인생. 뭐가 됐든 내 것 중 그 어떤 것도 손해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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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감에 휩싸인 아내는 “이태오(박해준)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것”이라고 선언한다. “내 아들, 내 집, 내 인생 뭐가 됐든 내 것 중에 그 어떤 것도 손해 볼 수 없다”면서다. 완벽한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며느리로 모든 책임을 다하며 부부의 신의를 지켜온 아내로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런 포부가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남편이 “다 두고 몸만 나갈 테니 제발 날 놔달라”며 이혼을 요구할 때다. 즉, 재산분할도 받지 않고 자녀 면접교섭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협의이혼 합의서를 쓰고 이혼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면접교섭권은 이혼 이후 남편이 소송한다면 다시 인정해줘야 한다. 재산분할 문제는 이혼 후엔 번복이 안 된다.


이명숙 변호사는 “‘몸만 나가겠다’는 남편이 아주 가끔 있다. 하지만 대개 바람피우는 남편들은 한 푼이라도 더 갖고 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혼 과정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위자료와 재산분할, 자녀 문제다. ‘부부의 세계’ 같은 경우 아내는 불륜 당사자인 남편과 내연녀인 여성에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액수는 남편에게 3000만원, 내연녀에게 2000만원 정도 받으면 많이 받는 셈이다.


재산분할은 불륜 여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이뤄진다.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다를 뿐이다. 드라마 속 지선우·이태오 부부의 경우 의사인 아내가 훨씬 수입이 많았다. 하지만 김희애의 바람대로 ‘도려내듯’ 남편만 내쫓을 순 없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거의 ‘백수’이다시피 해서 아내가 전부 다 벌었다 해도 재산을 7대3 정도로 나눠야 한다. 8대2까지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들의 만남을 막을 수도 없다. 남편이 만나겠다고 하면 한 달에 두 번, 그리고 여름과 겨울에 1주일씩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변호사 “콘돔이나 속옷 등 두 사람 사이의 성적 관계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건 게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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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는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찾아간다. 변호사는 “이혼엔 보안이 전략”이라며 “절대 남편이 눈치채게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또 “두 사람 사이의 성적 관계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건 게임 끝이다. 예를 들면 콘돔이나 속옷 같은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흥신소 증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역소송을 받을 수 있다. 위치추적장치도 안 된다. 직접 미행을 하거나 핸드폰 같은 것을 뒤져보면 된다”고 했다.


극 중 변호사의 말은 절반만 맞다. 성적 관계 증거를 확보해도 ‘게임 끝’인 건 아니다. 이런 증거는 위자료 산정에만 영향을 미칠 뿐 재산분할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위자료는 많아 봤자 5000만원이니, ‘게임 끝’을 선언하긴 힘들다.


흥신소 이용이 위험하다는 조언은 현실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흥신소를 쓰더라도 그 누구도 흥신소 썼다고 안 한다. 상대방(남편)이 형사고소를 할 수도 있고, 흥신소에서 끊임없이 돈을 달라며 협박을 할 수도 있다”며 “요즘엔 상대방 핸드폰에 위치추적 앱을 몰래 까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불법”이라고 귀띔했다.


#아들 “엄마 아빠 이혼하면 난 싫을 것 같다.”


드라마 속 지선우·이태오 부부의 중학생 아들은 아빠의 불륜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부모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을 표정으로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3회 방송에서 엄마에게 이혼가정의 친구 이야기를 꺼내며 “엄마 아빠 이혼하면 나도 싫을 것 같다”고 말한다.


부모의 이혼을 말리고 싶은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현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변호사는 “정말 많은 경우, 아이들은 아버지가 정리하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이혼하지 않고 부모 사이가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이에게 따뜻한 경우 아이들이 느끼는 가치관의 혼란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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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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