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보수' 부산 바꿨지만···추행에 무너진 '오뚝이' 오거돈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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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다. 그의 행보는 지역 정치계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마치 오뚝이 같았다.


오 시장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행동이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을 안다"며 "3전 4기로 어렵게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시민을 위해 시정을 잘 해내고 싶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1974년 부산시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이후 내무부와 부산시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행정 전문가이자 해양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지만 선 굵은 일 처리와 직원들과의 원만한 소통으로 좋은 평을 받아왔다.


첫 발령지인 부산을 잠시 떠나 대통령 정책보좌관실, 내무부 국민운동지원과장 등을 거쳐 1992년 다시 부산시 재무국장으로 부임한 뒤 줄곧 부산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상수도사업본부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등 시장직을 제외하고 오를 수 있는 자리는 다 했다.


오 시장이 정치권에 발을 처음 내디딘 건 2004년 6·5 재보선이다. 그는 이때 열린우리당으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하지만 도전은 헛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았다. 이후 한국해양대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부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해양·물류라고 언급하는 등 지역 원로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의 범야권 단일후보로 도전하며 '통 큰 연대'를 내세웠다. 당시 보수 일색의 부산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이름을 달고 후보로 나서기보다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권 연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간 독점해온 새누리당에 대항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는 '통 큰 연대' 만이 시장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에도 당시 서병수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3전 4기 도전 끝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부산시장 자리를 꿰찼다. 그의 당선은 1995년 처음 시작한 민선 1기 지방선거 이래 23년 만에, 그 이전 보수정권의 임명직 단체장 시절을 합하면 30여년 만에 부산지방 권력이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됐다. 그러나 그토록 어렵게 부산시장직에 오른 그는 취임 2년을 못 채운 채 성추행이란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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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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