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만 '비건 식당' 가나요…채식 트렌드에 빠진 2030

[푸드]by 중앙일보

홍대·서촌 등 젊은이들 거리에 채식 식당 증가

'채식 경험하고 싶다' 단순 호기심 방문자도 많아

먹거리·환경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호응


“어제 저녁 회식에서 고기를 너무 먹었더니 오늘 점심만큼은 가볍게 채식으로 속을 비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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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촌에 위치한 채소 요리 식당 ‘경우의 수’를 찾는 손님들은 이처럼 본격적 채식주의자보다 가벼운 채식주의자가 훨씬 더 많다. 이곳은 제철 채소를 활용한 주먹밥과 샐러드, 꽃과 달래를 감싼 채소 베이글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채소 요리 사진이 예뻐서 찾는 손님들도 많다. 동물성 재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주로 채소 위주의 요리를 내는 데 ‘비건 식당’ ‘채식 식당’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10% 정도는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이지만 90%는 일반 손님이라고 한다. “그저 속이 편한 가벼운 한 끼가 생각날 때 찾는 식당이고 싶다”는 게 황지수 대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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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망원동의 ‘어라운드 그린’도 소문난 채식 식당이다. 버섯을 듬뿍 올린 피자, 구운 채소를 올린 카레 등 한 그릇 음식을 낸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지만 역시나 가벼운 음식으로 식이 조절을 하고 싶거나 채식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김혜선 대표는 “채식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기도 하고,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지면서 비건 음식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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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채식 레스토랑 ‘씨젬므쥬르’는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100% 채식 레스토랑이다. 시금치 페스토 파스타, 토마토 리조토, 구운 가지 등 접근성 높은 메뉴들이 대부분이고 고기 대신 곡물과 채소를 이용한 비빔밥이 특히 인기다. 치즈 추가 등 ‘논 비건 옵션’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채식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식당으로 통한다. 이곳 이상혁 대표는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비건들보다,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콘텐트로서 채식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 또는 건강관리 측면에서 가끔 채식을 하겠다는 이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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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문화가 자리잡힌 서양인들 눈에 그동안 한국은 ‘채식 불모지’로 보였다. 삽겹살과 치맥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국물 하나를 낼 때도 고기가 빠져선 안 되는 나라. 하지만 최근 외식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촌·한남동·망원·홍대 등 젊은층이 많은 거리를 중심으로 채식 식당이 하나둘 늘면서 채식이 최신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다. 채식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기 보다, ‘비건’ ‘채식’을 내세우지 않고 가벼운 채소 요리를 지향하는 식당들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환경과 건강, 먹거리를 중시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요나’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자연식 요리 연구가 고정연씨는 “삶의 질을 따지며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 돌아보고 슬로우 푸드, 로 푸드 등에 대해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특히 동물권과 환경을 고려하는 데 익숙한 20~30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한다


채식 입문자 또는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트들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출간된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이윤서 저)』은 주변의 흔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비건 요리 101가지 레시피를 담은 채식 집밥 책이다.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 테이스트북스의 김옥현 대표는 “매일 삼시 세끼 채식을 권하기보다, 하루에 한 끼 정도로 채식에 가볍게 접근해 몸의 균형을 맞춰보길 제안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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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손쉽게 비건식 집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사진 테이스트북스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 소재 비건 식당 및 카페 9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4년 8억원에 불과했던 이용 금액이 2019년에는 21억원으로 163% 증가했다(신한카드 이용 금액 기준). ‘비건’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감성어 변화 대목도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의 ‘비건’ ‘채식’ 검색을 기준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전 동기간을 비교했을 때, ‘비건’에 대한 부정 감성어는 41%에서 28%로 감소, 긍정 감성어는 59%에서 72%로 증가했다. ‘비건’ 언급량 자체도 41% 늘었다. 비건 관련 장소로는 베이커리가 1위, 식당이 2위로 꼽혔다. 흥미로운 건 1년 전 동기간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장소 언급 순위가 ‘주방’‘쿠킹 스튜디오’‘요리학원’보다 ‘편의점’‘레스토랑’‘디저트 카페’‘브런치 카페’ 등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면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카페를 중심으로 비건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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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신한카드 이용 건수를 기준으로 비건 식당 이용자의 71%가 여성이며, ‘싱글’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과 이색 경험을 선호하는 자유로운 싱글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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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체험을 넘어 이를 배우고 생활에 적용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 이태원에서 채식 식당 ‘비건 키친’을 운영하는 소나영 대표는 지난 4년 간 숙명여대 미래 교육원에서 채식 수업을 해왔는데 늘 가장 먼저 신청이 마감된다고 한다. 로푸드 전문가인 ‘에너지키친’ 대표 경미니 쉐프는 “지난해부터 채식 식당 창업 문의와 채식 관련 건강 식이 요법 1:1 강의 문의가 확 늘었다”며 “앞으로는 비건식·당뇨식·환자식 등 채식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식이요법이 더 깊이 있게 연구되고, 그 종류는 더 세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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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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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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