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로 지역 경제 활성화?…‘선한 영향력’에 꽂힌 요즘 예능

[컬처]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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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 속에 처해있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송가인 소속사인 포켓돌스튜디오가 지난 7일 새 예능 ‘트롯전국체전’(KBS)의 론칭 소식을 알리며 보낸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트롯전국체전’에 대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각 지역에 숨어있는 진주 같은 유망주들을 발굴, 최고의 가수와 스태프들이 직접 트레이닝 시켜 지역 명예를 건 트로트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 속에 처해있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트로트 스타를 발굴해 가는 과정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로트 예능까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시대. ‘선한 영향력’에 꽂힌 요즘 예능의 현 주소다. 긴장되고 팍팍한 사회 분위기 탓일까. ‘웃음’만으로는 존재 의미가 부족하다는 듯 ‘공익’을 내세우며 뭉클한 감동 분위기를 유도하는 모양새다.


‘선한 영향력’ 예능의 대표 주자는 SBS ‘맛남의 광장’이다. 요식업계의 큰 손 백종원 대표와 ‘농벤저스’ 양세형ㆍ김희철ㆍ김동준이 함께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신메뉴를 개발해 소비 촉진을 유도한다. ‘맛남의 광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까지 등장시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상품성이 떨어져 판로가 막힌 ‘강릉 못난이 감자’ ‘해남 왕고구마’를 사달라는 백 대표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며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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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토요 예능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역시 지역 시장과의 상생을 도모한다. 출연진들은 매회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대중가요의 한 부분을 듣고 이를 받아적는데, ‘받쓰(받아쓰기)’에 성공하면 지역 시장의 대표 메뉴를 시식할 수 있다. 또 신ㆍ구조어 퀴즈, 노래방 반주 퀴즈, ‘원곡자를 찾아라’ 등의 간식 게임에서 정답을 맞히면 지역 시장에서 판매하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본격적인 ‘받쓰’ 시작에 앞서 나오는 해당 시장 소개 영상은 그날 시식할 메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며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끌고, 이 과정에서 지역 시장은 쏠쏠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


또다른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착한 예능’의 얼굴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MC 유재석과 조세호가 일상 속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된 뒤 공익성의 농도는 도리어 더 짙어졌다.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특집 방송을 진행하며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식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3월 11일 방송된 ‘전사들(Warriors)’ 편은 코로나 19 감염자의 국내 현황과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코로나 맵’ 개발자, 임관 직후 확진자 수가 많은 대구로 파견된 간호장교,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의료인 등을 인터뷰하며 바이러스 종식을 위해 힘쓰는 이들의 노력을 조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n번방 사건’과 관련,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 프로파일러 표창원 등을 인터뷰했다. 또 코로나 19로 인해 위축된 화훼농가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인터뷰이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사랑의 꽃배달’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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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에게도 공익성은 주요 요소다. 지난 2일 2부작 파일럿 방송을 마친 SBS ‘텔레그나(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에선 유세윤ㆍ양세형ㆍ장도연ㆍ김동현ㆍ송가인ㆍ김재환 등 6명의 출연진이 PPL(간접광고) 대결을 펼치고 그 수익금과 광고 상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했다. 1회 방송을 마친 뒤 PPL 상품이었던 ‘논산딸기’가 일시 품절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파일럿 방송을 통해 ‘텔레그나’가 기부한 돈은 총 902만5000원. SBS 측은 “‘착한 PPL 버라이어티 예능’으로서 유쾌한 웃음은 물론, 공익적인 가치까지 창출해내며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자평하며 “홍보가 필요한 중소기업 제품에서 지자체 농산물까지 PPL 범위를 넓히며 ‘선한 영향력’을 구축, 정규편성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다음달 첫 방송을 내보내는 ‘비긴어게인 코리아(JTBC)’도 해외에서 버스킹을 펼치는 기존 형식 대신 국내에서 ‘거리두기 버스킹 음악여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상을 잃은 시민들을 위로하겠다는 포부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방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그냥 재미’보다는 실제 생활까지 변화시키는 ‘영향력’ 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평론가도 “공익적 ‘챌린지’ 등 이벤트를 벌이고 상품 소비에서도 ‘사회적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경향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국난 상황이라 볼 수 있는 코로나 19 여파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짚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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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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