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범서방파 행동대장 부친 구순잔칫날, 강남서 벌어진 일

[이슈]by 중앙일보

1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한 호텔. 평소와 달리 검은색 차들이 호텔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차에서 내린 이들이 향한 곳은 이 호텔 3층의 연회장이었다. 연회장에는 과거 전국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였던 범서방파의 행동대장 A씨와 구순을 맞은 A씨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구순 잔치에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으며 예약된 인원 300명보다 많은 350여명이 참석했다. 호텔 관계자는 "다른 연회와 다르게 참석자 대부분이 차를 가져오셨다"며 "때문에 주변 교통이 잠시 혼잡해지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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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행사 중간에는 가수 김연자, 설운도 등이 초대 가수로 방문해 노래를 불렀다. 호텔 측은 "여느 연회와 다를 게 없었다"며 "조용하면서도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했다.



전국서 온 조직원들…행사는 무사히 종료


경찰은 사실상 와해했던 범서방파 조직원들이 이날 A씨 부친의 구순 잔치를 계기로 오랜만에 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범서방파의 두목 고 김태촌 밑에서 조직 내 실세로 불리던 인물이다. 한때 전국에서 세를 과시하던 범서방파는 지난 2013년 김태촌이 사망하고 이후 주요 간부들이 구속된 뒤 특별한 조직적 행동이 없었다. 경찰은 "김태촌 사망 이후 범서방파는 경찰이 개입할 만큼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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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김태촌씨. 연합뉴스

이들은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올라왔으며 과거 범서방파와 갈등을 빚었던 칠성파 조직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성파는 2009년 11월 범서방파와 '강남 칼부림 대치사건'을 일으킨 조직이다. 당시 두 조직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룸살롱에서 시비가 붙어 서로 칼부림을 계획했다. 부산에 있던 칠성파 조직원 80여명과 범서방파의 호남권 조직원 150여명이 강남 청담동 길거리에서 대치해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오래된 인연, 정으로 칠성파가 방문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 잘 안 하지만 의리로 왔다"


이날 구순 잔치 참석자들은 호텔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도 꼼꼼히 받았다. 호텔 관계자는 "로비에 열 감지기를 통과하고 명단에 이름도 적은 뒤 입장시켰다"며 "입장 시 마스크도 모두 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예약을 받을 때 유명하신 분들인 것을 알고 있긴 했다"면서도 "그것보다는 코로나 방역에 더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날 한 참석자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잘 하지 않지만 오늘은 의리로 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 모를 폭력 사태가 있을까 형사들이 호텔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행사가 끝났다"고 전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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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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