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멸종위기 꾀꼬리부부 눈물 보도뒤, 사라진 새끼 2마리

[이슈]by 중앙일보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선사 유적지 내 숲속 10m 높이 참나무 가지에 멸종위기 관심 대상 종인 꾀꼬리 부부가 튼 둥지 주변이 훼손됐다는 내용(중앙일보 28일)이 보도된 후 둥지와 새끼 2마리마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둥지에는 꾀꼬리 새끼 2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꾀꼬리 부부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벌레 등 먹이를 연신 물어 날랐다. 하지만 둥지를 가리던 주변 나뭇가지 3개가 무참하게 잘려나가 새끼들은 비와 바람, 강한 여름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었다.


둥지에서 10∼20m 떨어진 지점에선 수일 전부터 사진작가 10여 명이 집단으로 몰려들어 망원카메라를 설치해둔 채 온종일 꾀꼬리 부부의 번식 장면을 찍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이에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연대 대표는 “사진작가 또는 촬영장소를 제공한 사람이 사진과 동영상을 손쉽게 촬영하기 위해 둥지를 에워싸고 있는 나뭇가지를 모조리 무참하게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며 “둥지 주위 나뭇잎 등 은폐물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새끼들이 매 등 천적에 잡혀먹힐 위험성이 아주 높다”고 걱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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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연히 갖춰야 하는 위장막, 위장 텐트도 갖추지 않은 채 희귀조류인 꾀꼬리 번식지 코앞에 집단으로 모여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는 새들의 번식을 방해하는 몰지각한 행위”라고 지적했었다.



꾀꼬리 부부, 사라진 둥지 옆에서 울음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29일 오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측이 현장을 재확인한 결과 둥지가 있던 커다란 나뭇가지는 감쪽같이 잘려나갔고, 둥지는 물론 어린 새끼 2마리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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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아래쪽 바닥에는 꾀꼬리 부부가 만들었던 둥지의 일부분인 비닐 재질 끈이 버려져 있었다. 둥지 주변 참나무 위에는 꾀꼬리 부부가 가지에 앉아 새끼 2마리를 키우던 둥지가 있었던 자리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사진 촬영 편의를 위해 꾀꼬리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 3개를 모조리 잘라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위법하고 몰지각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이런 끔찍한 생태계 파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심지어 둥지를 튼 나뭇가지를 잘라낸 후에는 나무몸통 절단면에 흙을 발라 절단 사실을 은폐한 흔적도 발견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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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조류학 박사)는 “먼 곳에서 혼자서 조용히 새를 관찰해야 조류의 생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 흰꼬리수리 번식지의 경우 40m 거리에서 사진촬영 및 탐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화 소리 마저 내지 않기 위해 주로 혼자서 1인용 위장 텐트 안에 들어가 사진촬영을 한다고 했다. 윤 교수도 비슷한 원칙을 지킨다.


윤 교수는 “꾀꼬리 번식지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않을 경우 수십 년 후면 꾀꼬리도 크낙새(천연기념물 제197호)처럼 우리 주변에서 사라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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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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