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셔야 보호자가 삽니다…이런 일이 당신에게 닥친다면?

[컬처]by 중앙일보

웨이브 오리지널 8부작 'SF8'

10일 OTT 공개, 내달 MBC 방영

민규동 등 한국감독 8인 메가폰

"성장한 국내 SF 문학에 영감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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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생명만 유지하는 상태가 계속될 경우 (보호자) 자살확률이 95%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야 보호자가 삽니다.” 식물인간 상태 홀어머니를 10년째 보살펴온 딸(이유영)에 대해 인공지능(AI) 간호사(이유영·1인 2역)가 이렇게 진단한다면 어떨까(‘간호중’). 미세먼지로 뒤덮인 시대, 고가 항체주사를 맞느냐 못 맞느냐에 따라 수명이 100세와 30세로 양분된다면(‘우주인 조안’).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가 MBC와 공동 투자해 오는 10일 선보이는 8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SF8’가 던진 가깝고도 낯선 화두다. ‘간호중’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 ‘우주인 조안’의 이윤정 감독을 비롯해 김의석‧노덕‧안국진‧오기환‧장철수‧한가람 등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소속 여덟 감독이 근미래 무대로 인공지능‧증강현실‧재난‧게임‧초능력 등 각기 다른 상상을 펼쳤다. 각 50분 안팎 에피소드 8편이 한 묶음. 넷플릭스 인기 SF 시리즈 ‘블랙미러’ 한국판이라면 이해가 빠르다.



'블랙미러'와 차별화? 다른 감독·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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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가 준 영감은 50분 전후라는 장편도 단편도 아닌 새로운 ‘미드폼(중간길이)’ 서사구조죠. ‘블랙미러’는 한 작가가 같은 세계관을 갖고 비슷하게 이어간다면 우리는 각기 다른 감독님들이 각각 다른 화두를 던질 수 있도록 취향에 맞게 작품을 차별화했습니다.”


8일 서울 CGV 용산 영화관, 8부작의 감독‧배우가 함께한 제작보고회에서 이번 시리즈의 총괄 기획을 겸한 민규동(DGK 대표) 감독의 말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SF 장르인 데다 출시 방식도 독특하다. 10일 웨이브에 8편이 한꺼번에 공개된 뒤 9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극장에서 상영된다. 다음 달엔 MBC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다. 국내에선 없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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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지상파 3사와 SKT가 함께 출범시킨 웨이브가 올해 총 600억원을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의 일환이다. 차별화한 독점 콘텐트를 확보하려는 웨이브와 감독들의 새 플랫폼에 대한 도전 욕구가 맞아떨어졌다.



SF는 새 놀이터, 새 물결 만든다


지난해 초 감독조합 행사에 참석한 최승호 MBC 전 사장의 “뭔가 같이 해보자”는 가벼운 제안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됐다. SF를 택한 이유는 “(한국에선) 서구적인 장르로 터부시해왔기 때문에 보여주지 않은 게 많다. 놀이터가 달라지면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드라마든 OTT든 새 물결로 다가오지 않을까, 했다”는 게 민 감독 설명이다.


감독들이 극장 개봉 압박 없이 원하는 소재, 원하는 배우, 기존과 다른 길이로 관객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시도다.


이동휘‧이연희 주연으로, 적중률 높은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를 맹신하는 미래를 그린 에피소드 ‘만신’의 노덕 감독(‘특종: 량첸살인기’)은 “상업영화는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감독의 창작성을 100% 지지받지 못한 상태로 작업하는데 ‘SF8’은 감독이 원하는 대로 지지해줘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국내 SF 문학 에너지, 불씨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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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감독은 “8편 전체 제작비가 작은 상업영화 1편에 못 미치고 작품당 10회차 전후로 촬영을 마쳐야 하는 어려운 제작환경이었지만, 그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비주얼을 찾아내는 게 게임의 조건이자 규칙이었다. 재난적 상황에서 재난 이야기를 다루는 묘한 쾌감을 느끼며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풍성하게 성장해온 국내 SF 문학의 토양도 밑바탕이 됐다. “젊은 작가 중 SF 쓰지 않는 작가가 없다. 한국적인 것, 인간적인 것,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해 던진 질문이 10년간 쌓여왔다. 문학적 에너지와 영화의 결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게 민 감독의 설명. 아들(장유상)을 사고로 잃은 어머니(문소리)가 아들의 뇌 일부를 인공지능과 결합해 소생시키면서 벌어지는 의심과 갈등을 그린 ‘인간증명’(감독 김의석)은 이루카 작가의 단편 소설 ‘독립의 오단계’가 토대다. 자율주행차 사고로 부모를 잃은 형사(이시영)가 인공지능 신입형사와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블링크’(감독 한가람)는 김창규 소설 ‘백중’이 바탕이 됐다.



감독들, 감상환경 변화에 두려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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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보던 가상게임(장철수 감독 ‘하얀 까마귀’)이나 연애 소재가 신선하게 탈바꿈하기도 한다. 오기환 감독의 ‘증강콩깍지’는 동명의 가상 연애앱에 성형수술 전 얼굴로 등록해 매칭된 남녀(최시원‧유이)의 로맨틱 코미디, 안국진 감독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어’는 종말 일주일 전 지구를 구하려는 소녀(신은수)와 모태솔로 청년(이다윗)의 로드무비다.


시즌2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결국 ‘화두’가 가장 큰 힘”이라고 민 감독은 말했다. “처음 도전할 땐 무모하다고 말리는 분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감독님들이 행복해하는 걸 봤어요. 많은 감독들의 고민이 극장 변화, 감상환경 변화 때문에 영화가 기존의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으리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죠. 우리 작품이 공개되고 누군가 영감받고 새 도전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새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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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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