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땀쟁이 여름 밤 시원하게 해줄 침구류 쇼핑 꿀팁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6)

몇 년 전 ‘부자 놀이’라는 인터넷 게임이 유행했다. 그중 하나가 ‘여름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두고 이불 덮기’였는데, 보면서 의문점이 일었다. 그 이불이 ‘솜’ 이불인지, 아니면 ‘여름’ 이불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덮는 이불이지만 그 종류는 다양하다. 에어컨 켜고 여름이불을 덮는 건 부자 놀이가 아니다. 오히려 여름밤을 더 시원하게 해주는 꿀팁에 가깝다.


나는 땀이 많고 더위를 타는 편이다. 여름밤이 되면 베개는 금방 뜨거워져 전 부치듯 뒤집기 일쑤고, 이불은 발로 차서 저 멀리 보내버리곤 한다. 간신히 잠이 들어도 숨 막히는 더위 때문에 새벽녘에 눈을 뜨기도 한다. 전기세가 무서워 차마 에어컨 틀어놓고 자지 못한다. 남편의 고통스러운 여름밤을 보다 못한 아내가 어느 날 마트에서 냉감 이불을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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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감이불의 라벨을 보니 성분이 레이온 100%다. 일명 인견이라고 불리며, 피부에 느껴지는 감촉이 시원해 여름이불로 인기 있는 소재다. 촉감이 매우 부드러워 마치 비단 같다. 실제로 덮어보니 두께도 얇고 시원해서 좋다. ‘이런 섬유로 왜 옷은 안 만들지?’라고 생각해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제품이 나와 있었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일명 ‘냉장고 바지’가 인견 소재로 만든 옷이라고 한다. 냉감 이불과 냉장고 바지라니, 작명 센스만으로도 마케팅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냉감 소재가 가장 필요한 것은 바닥에 까는 소위 ‘패드’라고 불리는 요다. 어릴 적 더워서 깨면 마루로 나가 맨바닥의 시원함을 느끼며 잠들곤 했었다. ‘찬 바닥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며 잔소리를 들었지만, 여름철이 되면 나도 모르게 시원한 맨바닥으로 가게 되었다. 어머니가 걱정됐는지 아이스팩에 쓰이는 젤 소재로 만든 아이스패드를 사주었다. 처음에는 시원함이 느껴졌으나 한 시간만 지나도 면 이불보다 더 뜨거워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꽤 무거워서 정리하기 어렵기도 했다.


여름 침구 제품은 그간 수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현재는 냉감 소재와 메쉬 소재를 혼합해 만든 냉감 토퍼까지 나왔다. 냉감 토퍼는 작년에 구매해 초가을까지 아주 잘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마약 냉감 토퍼’ 같이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한 작명센스는 냉장고 바지에 비하면 아쉽다. 좀 더 재기발랄한 작명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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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고 자면 체온을 내려준다고 하는 현대판 죽부인도 있다. 조상들이 대나무를 엮어 만들던 죽부인은 현재 작은 알갱이 ‘비즈’를 인견과 메쉬로 감싼 냉감 소재 인형이 되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을 위한 ‘쿨방석’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권하지 않는다. 점심때쯤이면 뜨끈해지기 때문이다. 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아이스 스카프’도 있다. 열이 많다보니 ‘아이스’나 ‘쿨’ 들어간 대부분을 사용해본 것 같다. 여름이 괴로운 나에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만, 결국 자연을 이길 수 없었다.


여름이 되면 나의 잠자리는 냉감 소재로 도배되어 있다. 올해는 여름용 베개를 장만하려고 하는데,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이 있어 고민이다. 이렇게 새로운 여름 아이디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세상 좋아졌다는 감탄을 한다. 예전 같았으면 더위를 타고 땀이 많이 나는 것은 개인의 사정이었으나, 이제는 그 개인을 위해 제품이 나온다. 언젠가 나 같은 땀쟁이를 위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뜨거운 밤을 버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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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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