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실수가 벼랑끝 은수미 살렸나…대법 "항소장 잘못 썼다"

[이슈]by 중앙일보

일각선 "검찰 항소장보다 2심 재판장 판결이 문제"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수미(57) 성남시장이 정치생명을 잃을 뻔한 벼랑 끝 위기에서 되살아났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관행적인 항소장이 올해 초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은 시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 "檢 항소장 구체적이지 않아"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불법정치자금(차량과 기사)을 수수한 은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인정됐지만 "검찰이 2심 항소장에 양형 부당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를 근거로 1심 보다 높은 당선 무효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적법하지 않은 항소장을 근거로 한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한 현직 판사는 "검찰의 실수로 은 시장이 완벽히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일각선 2심 재판장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항소보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이 더 문제"라고 했다. 대법원의 설명이 조금 복잡할 수 있다. 하지만 은 시장의 1심 판결부터 살펴보면 어렵지 않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수미가 받은 혐의는 무엇


은 시장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중국 글로벌기업 샤오미와 총판 계약을 맺었던 사업가 이모씨로부터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안 받았다. 이씨는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2018년 경찰관에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씨는 차량 기사 최모씨에게 렌트 차량과 매월 월급 200만원을 제공했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각종 정치방송 출연 등 정치 활동과 미용실, 병원, 동창회 참석 등에 해당 차량을 총 95회 이용했다. 검찰은 이를 액수 불상의 불법정치자금이라 판단해 은 시장을 기소했다.


은 시장의 범행은 하나지만 법률상 혐의는 두 개다. 첫째는 불법정치자금 자체를 수수한 혐의. 둘째는 운전기사 월급을 제공한 이씨의 회사(법인)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은 시장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은 시장은 운전기사 최씨가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 정치자금 수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이수열 부장판사)는 은 시장이 제공받은 차량과 운전기사가 불법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단 두번째 혐의인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무죄라 봤다. 은 시장이 운전기사 최씨의 월급이 이씨의 회사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장은 "은 시장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 수수를 용인했고, 민주정치에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책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선유효형인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시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중범죄가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출직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자리를 반납해야 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심 판단과 쟁점의 시작


여기서부터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이유가 된 문제가 발생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항소장에 ▶1심이 두번째 혐의를 무죄로 본 것은 잘못됐고 ▶두번째 혐의에 유죄가 인정되면 '1심 선고형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적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1심형(벌금 90만원)의 양형 부당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1심 판결 전부에 대한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판단이 똑같았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유죄, 기업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무죄였다. 이씨 회사의 돈이 운전기사에게 흘러간 객관적 증거가 있었지만, 이를 은 시장이 알았다는 증거는 부족하단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2심 재판장은 1심의 형량을 대폭 올려 은 시장에게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질책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점이 문제라고 밨다. 검찰은 두번째 혐의에 유죄가 나온다는 전제로 '양형부당'을 주장했는데, 2심 재판부가 여기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은 시장의 형량을 직권으로 올린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검찰의 이런 항소이유에 "2심 재판부가 벌금액을 증액한 것은 피고인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재판부의 직권판단사유도 아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선 애초부터 2심 무죄 부분만 따지고 싶었을 수 있다"며 "백프로 검찰의 잘못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2심 재판장은 은 시장이 자신에게 첫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불법정치자금은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에 '변명'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의 이와 같은 변명은 국민 법감정에 비추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며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 항소장엔 '전부'란 표현도 있었지만 대법원은 "그것만으론 판례상 부족하다"고 했다.


한 현직 판사는 "검찰의 실수로 은 시장이 벼랑 끝 위기에서 되살아났다"며 "은 시장은 향후 파기환송심에서도 1심 형량을 그대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내외적으로 참 어려운 시기에, 또 아픈 판결을 맞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날 기소됐던 이재명도 곧 나올듯


이날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하며 은 시장은 남은 2년의 성남시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은 시장의 선고가 나온만큼 2018년 12월 은 시장과 같은 날 기소됐던 이재명(56) 경기지사의 선고 결과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도 은 시장과 마찬가지로 1심에선 당선유효형을 받았지만,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상태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 지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심리를 마쳤다. 이 지사의 선고도 이르면 내달 안에 나올 가능성이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