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도 없이 밤새 흔들었다, 서핑성지 양양 '아슬아슬 파티'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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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인구 해변은 현재 가장 뜨거운 서핑 성지다. 한낮의 열기가 빠져나간 시간, 서핑 천국의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7월 31일 오후 6시 30분 인구 해변의 A게스트하우스 앞. 때아닌 행렬이 늘어섰다. 한껏 멋을 부린 20대 청춘이 얼핏 봐도 150명 이상은 돼 보였다. 파티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70m가 넘었다. 가게 앞으로 발열 체크,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는 안내문이 보였으나 경계는 느슨했다. 무더위 탓인지 대부분 마스크를 하지 않았고,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모두 손목에 입장권 팔찌를 차고 있었다.


“게하(게스트하우스) 파티 왔어요.” “헌팅 포차 줄이에요.” “양양에서 제일 핫한 곳이라길래.”


“무슨 줄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달랐다. 이곳은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새벽까지 파티를 벌인단다. 바비큐 파티로 시작해 맥주 파티, DJ 파티로 시시각각 분위기가 달라진다. 최대 600명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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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여는 술자리라지만, ‘헌팅 포차’ 느낌이 더 강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돈만 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다. DJ가 최신가요를 틀고, 처음 보는 남녀가 뒤섞여 앉아 술을 마시고 즐겼다. 길 건너 해변에서도 파티의 함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파티를 주최한 A게스트하우스의 B대표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일부 지켜지지 않아 난감하다”며 “아침 저녁 가게를 소독하고 입구에서 일일이 체온과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마스크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양양의 인구·죽도·동산포 해변 일대가 서핑 포인트로 유명해진 지 오래다. 2012년 두 곳밖에 없던 서프 숍이 현재는 43곳에 달한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 숙소도 해변을 따라 진을 치고 있다. 이맘때 양양을 찾는 20~30대 여행자 대부분이 서핑 해변을 들른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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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성지의 명성에 비하면 방역 수준은 민망할 정도다.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해수욕장 출입이 자유롭다. 검역소도 따로 없다. 특히 안전요원이 근무를 마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양양군 관광과 관계자는 “방역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구·죽도·동산포 해변 같은 소규모 해수욕장은 마을이 위탁 운영하고 있어 방역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강원도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여름을 맞아 해변을 찾는 피서객도 절정일 때다. 양양 서핑 해변의 무분별한 음주 파티와 소홀한 방역 체계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양군은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 아직은.


양양=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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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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