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와 그들의 친구 "셋이서 집 짓고 함께 삽니다만"

[라이프]by 중앙일보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저자 3인 인터뷰

도심 대신, 자주 가던 강화도 산자락에 터 마련

전세금 1억원에 대출 쥐어짜서 3억원대 집 마련

"부딪치고 서운할 땐 '혼자 시간 갖기'로 맘 풀어"


한국의 집값은 연일 최고가 기록 갱신 중이다. 젊은 세대의 신조어 '영끌(집을 사려면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할만큼 대출을 받아야 한다)'에는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 점에서 도심을 떠나 강화도에 공동주택을 짓고 사는 30대 세 명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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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선(부추), 김민정(우엉), 안병일(돌김)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평등하고 편안한 관계 맺기를 위해 이름을 대신할 방법이 필요했다"는 세 사람은 어느 날 저녁 식탁에 오른 반찬을 보고 각자의 별명을 지었다. (※이하 이들의 뜻대로 별명 사용).


부추와 우엉은 대학 선·후배사이, 부추와 돌김은 부부사이다. 정리하면 부부와 아내의 친구인 세 사람은 함께 여행을 가고 독서 팟캐스트를 운영할 만큼 돈독한 사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과 취향이 잘 맞았던 이들은 "함께 살면 어떨까" 생각했고 전등사가 있는 강화도 정족산 자락 아래 2층 집을 지었다. 자주 오던 여행지이자 세 사람의 아지트인 서점 '국자와 주걱'이 있는 곳이라 선택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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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대신 선택한 시골 단독주택


지난 17일 '내 집 마련'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결한 세 사람을 강화도에서 만났다.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2층 집에는 '책방 시점'이라는 이름도 있다. 세 명의 이야기가 담긴 곳(視點), 셋이 살면서 시도해 본 작은 시작점(始點),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자(時點)는 의미다. 1층은 서점과 북스테이(책을 마음껏 읽으며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로 운영 중이고, 2층이 세 사람의 주거 공간이다.


잔디밭과 작은 텃밭, 툇마루와 마당까지 있는 흰색의 2층 단독주택은 욕심날 만큼 예뻤고, 이런 집을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궁금했다. 건축 비용을 묻자 돌김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사람들은 왜 우리가 이런 집을 지었는지는 묻지 않고 자꾸 집값만 묻는다. 그런 대화가 싫어서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썼다. 책에서 1원 한 장까지 낱낱이 집 지은 비용과 과정을 공개했다."


실제로 책에는 이 집을 마련하기까지의 녹록지 않았던 과정이 자세히 적혀 있다. 부추·돌김 부부의 전세금 7500만원과 우엉의 전세금 5000만원이 기본 자금. 여기에 '생활공동체'이자 ‘대출공동체’로서 함께 돈을 융통해서 총비용은 대지 1억2100만원, 건축비 2억6000만원이 들었다. 2016년 땅을 사고 집이 완성될 때까지 세 사람은 신용대출, 토지 담보대출 등 각종 대출은 다 받았다고 한다. 대지 매입 2년 뒤에나 겨우 집짓기 첫 삽을 뜰 수 있었고, 이사 전 막판에는 지낼 곳이 없어 맘씨 좋은 '국자와 주걱' 서점 주인 집에서 지내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5번, 13번, 30번.


이 숫자는 세 사람이 지금껏 경험한 이사 횟수다. "대학 시절부터 우울하면 습관처럼 이사를 다녔다"는 우엉, "햇빛 좋은 공간에서 살고 싶었다"는 부추, 군인 부모를 따라 수없이 이사를 했던 탓에 "편안하고 안락한 집에 정착하는 게 꿈"이었다는 돌김이 함께 집을 지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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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여 사는 이유도 분명하다. "혼자 사는 게 힘들어서 늘 함께 사는 삶을 꿈꿨다"는 우엉은 "세월호 참사 등 우울한 사회 문제를 겪을 때마다 '역세권'보다 서로를 위로해줄 '사람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우엉과 부추는 함께 인근 학교에서 일하고, 신문사 기자였던 돌김은 일을 그만두고 서점·북스테이를 맡아 운영한다. 집의 모든 일은 공평하게 나누되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게 원칙이다. 예를 들어 식사 준비는 그날 하고 싶은 사람이 하되, 만약 아무도 하고 싶지 않으면 다같이 외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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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와서 달라진 삶


"하루하루를 내 결정대로 살아요."


이곳에 살면서 달라진 점이라며 돌김이 말했다. 서점을 관리하고 마당과 텃밭을 가꾸는 등 할 일은 많지만, 그날 스스로 해야겠다 결정한 것을 하며 사는 '자기 주도적 삶'이 됐다는 이야기다. 돌김은 "텃밭을 가꾸면서 20평이 이렇게 넓다는 걸 처음 느껴봤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보면서는 제때 해야 할 일을 못 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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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는 "햇빛의 양으로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을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그는 "혼자 살던 자취방이나 여기 오기 직전 살았던 인천 신혼집은 해가 잘 들지 않아 시계가 없으면 도통 시간을 알기 힘들었다"며 "해가 잘 들어 참 좋다"고 했다. 또 "코바늘 도사가 됐다"며 "도시에선 주말만 기다렸는데, 여기선 좋아하는 것들을 매일 누리며 취미와 취향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우엉은 "아침부터 지치는 도시의 삶이 정말 힘들었다"며 "엄청난 인파에 밀려 곤욕스러웠던 출퇴근 시간이 지금은 행복하다"고 했다. 또 그는 "배달음식을 먹지 않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라고 꼽았다. 여기선 텃밭에서 키운 감자·고구마·상추 등 20여 종의 작물을 재료 삼아 직접 요리해 먹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사는 공동생활에 어려움은 있다. 어쩔 수 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을 때, 서운함이 느껴질 때 어떻게 해결하냐 묻자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약속이나 한 듯 "자기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고 답했다. 그러면 서운한 감정은 어느새 녹아 버리고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는 것. "함께 살되 각자의 시간이 최우선이다." 세 사람이 함께 잘 사는 비결이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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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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