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매일 100잔 팔아도 한달 350만원 남는다" 카페 가맹 문의에 "포기하시라" 권하는 이 남자

[비즈]by 중앙일보

“가게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커피 100잔 이상 팔아야 해요. 커피 한 잔 값이 4000원이라고 하면, 일주일에 한 번 쉬고 한 달에 25일 문을 열었을 때 버는 돈은 1000만원입니다. 순수익요? 통상적으로 35% 남아요. 회사에 맨몸으로 입사해서 받는 월급이 아니라 수억원을 투자하고 매일 혼자서 10시간 이상 노동한 대가가 350만원인 거죠. 그래도 카페 하실래요?”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는 지점을 내고 싶다면 경주까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커피플레이스는 본점이 있는 경주를 넘어 울산, 포항, 부산 등 경남권에 잇따라 11개 지점을 열며 탄탄하게 인지도를 쌓은 커피 브랜드다. 그만큼 지점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하지만 정 대표의 설명에 대부분은 창업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점이 늘수록 가맹 사업을 하는 본사는 돈을 벌 수 있는데, 일부러 찾아온 사람을 설득시켜 돌려보낸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 대표는 “개인 카페가 창업한 후 살아남는 게 어려운만큼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방식으로는 가맹점이 돈을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커피플레이스의 가맹 방식은 기존의 모델과 다르다. 같은 이름을 쓰고, 교육하고, 본사의 원두를 구매해야 하는 등 기본적인 틀은 프랜차이즈와 같다.


하지만 소액의 교육비를 제외한 로열티 같은 부가적인 비용을 받지 않고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나 교체 기간도 없다. 전적으로 점주가 결정한다. 나아가, 계약서조차 없다. 교육비만 비교해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10분의 1 수준. 정 대표는 “좋은 커피를 좋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 우리가 만드는 커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이러한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커피플레이스는 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까.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프랜차이즈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맹 형태의 지점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 경주에 커피플레이스를 연 게 2010년인데. 당시만 해도 경주에 커피 전문점이 드물었어요.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도 없었죠. 그렇다보니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단골이 됐어요. 이분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소문을 내주고, 그렇게 커피플레이스를 키워주셨죠. 로스팅만 할 수 있는 공간을 열면서 2호점이라고 이름 붙였더니, 3호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왔어요. 생각해보니 그 동네에 커피플레이스가 생기면 단골들이 본점까지 찾아오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4호점도 생겼고요.


Q :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A : 4호점까지는 갑과 을이 명시된 계약서를 썼어요. 그런데 점주들의 의무사항을 보니까, 제가 요구할 수 없는 것들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매장 인테리어 비용 중 일정 퍼센트를 본사가 가져간다, 또는 몇 년 주기로 인테리어를 바꿔야 한다 같은 조항이었데 이걸 다 맞추면 생존이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5호점부턴 쓰지 않고 기존의 계약서도 파기했어요. 인테리어나 설비를 해야 하는데 아는 곳이 없을 땐 저와 오래 함께 일한 곳을 소개해드릴 뿐이에요. 백마진이라고 하는, 업체를 소개해주고 본사가 따로 챙기는 비용도 없죠. 다만 제가 2~3개월 정도 본점에서 점주가 될 분을 일대일로 교육하고 매장 세팅을 함께 하는 일종의 교육비를 받아요. 그게 전부에요. 이 시간이 참 중요한데, 교육하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거든요. 점주가 뭘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은지 얘기하면서 함께 방향을 찾아요. 그렇게 신뢰가 쌓이면 계약서가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Q : 이름과 원두 외엔 공유하지 않는 게 가능한가요.


A : 매장은 전적으로 점주의 공간이죠. 기계, 컵, 우유, 시럽 등 각자 구매해요. 커피 가격도 각자 정해요. 메뉴부터 운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단톡방에서 공유해요. 예를 들어 한 지점에서 밀크티를 만들 때, 그때 그때 잎차를 우리는 대신 엑기스를 만들어서 사용하니까 편리한데 맛은 더 좋아졌다며 노하우를 공유했어요. 그러면 본점뿐 아니라 다른 지점도 그렇게 만들어요. 본점이 일방적으로 메뉴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해요.


Q : “카페 하지 말라”는 설득에도 지점을 연 분들이 궁금해요. 어떤 분들인가요.


A : 기본적으로 문의를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손님이에요. 본점에 와보면 장사가 잘되니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제가 솔직하게 현실을 설명하면 대부분 포기하세요(웃음). 그런데도 끝까지 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가족이나 지인 중 한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그만큼 간절해야 한다는 건데, 점주들의 이유는 제각각이에요. 7년 전 찾아오신 점주는 처음 뵈었을 때 50대 주부였어요. 결혼해서 아이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다가 이 나이가 됐는데, 돌아보니 자기 인생이 없더래요. 커피가 너무 좋고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벌이 따위 상관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하셔야죠. 그렇게 7년째 함께 하고 있어요.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카페 위치를 선정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A : 어떤 분들이 손님으로 오면 편하고 즐거운지를 생각해야죠. 내가 마주했을 때 불편한 분들이 많은 곳이라면 피해야해요. 브랜드 성격에 맞는 위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저희에게 유동인구가 많은 해수욕장이나 기차역에 열고 싶다는 문의가 왔는데 거절했어요. 지나가다 상호만 보고 들어오는 유명 브랜드가 아니니까요.


Q :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묶이면서 카페도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요. 관광지에 있어서 타격이 더 크지 않나요.


A : 본점 위치가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황리단길’ 라인이다 보니, 코로나 19로 관광객이 줄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어요. 하지만 매출은 체감할 정도로 줄진 않았어요. 주로 로컬 고객들, 특히 매일 찾아오는 단골이 많아요. 점심 시간에 택시 타고 와서 커피를 포장해 가요. 지역 주민들이 지지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더욱 감사하죠.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커피는 할수록 어려워요. 올해, 지난해의 제가 만든 커피를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어떻게 그 정도 지식으로 커피를 만들었나' 싶어서요. 그런데 이게 동기부여가 돼요. 새로움을 배우며 기쁨을 느끼죠. 커피플레이스는 본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서 거대해지는 시대에,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고민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함께 키우고 기쁘게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맛있는 커피를 쉽게 맛볼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동욱 대표는 〈폴인스터디 : 스페셜티 커피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에서 커피플레이스만의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가 이끄는 스터디엔 이종훈 커피그래피티 대표, 어니언의 김성조(패브리커) 작가와 김준연 이사, 헬카페 임성은 대표, 베르크 로스터스팀이 참여한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