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걱정돼서" 복면 씌운 美경찰…나체 상태 흑인 '질식사'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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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지난 3월 경찰이 체포하다가 씌운 복면에 흑인 남성이 질식사했다. 경찰은 수갑을 찬 이 남성의 얼굴을 천으로 덮은 뒤 3분 가까이 땅에 짓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미국의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두 달 전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BC방송 등에 따르면 피해 흑인 남성인 대니얼 프루드(41)의 유족은 이날 사건 당시 정황이 담긴 보디캠(경찰관이 몸에 부착하고 다니는 채증용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3월 23일 오전 3시 15분쯤 촬영된 이 영상에서 프루드는 뉴욕 로체스터 거리에서 발가벗은 상태로 무릎을 꿇으며 "기도한다 아멘"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3명은 프루드를 엎드리게 한 뒤 수갑을 채웠다. 프루드는 갑자기 흥분하며 "총을 달라"고 소리쳤고 경찰은 그의 얼굴에 두건을 씌웠다.


이 두건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할 때 침이나 혈액이 튀지 않도록 하고 물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질식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경찰은 가혹행위 관련 조사에서 프루드가 침을 뱉는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걱정돼 이처럼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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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프루드가 두건을 쓴 채로 계속 소리를 지르자 그의 머리를 땅에 대고 짓누르기 시작했다. 프루드는 이 과정에서 "당신은 지금 날 죽이고 있다"고 외쳤지만 경찰은 약 3분 동안 이 자세를 유지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프루드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이 없고 그의 가슴에 미동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경찰은 복면을 제거했다. 프루드는 병원에 옮겨진 지 7일 만에 숨졌으며 '질식'이 사망 원인 중 하나라는 검시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당시 프루드 형제인 조의 신고로 출동했다. 자살 충동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프루드가 사건 당일 집에서 뛰쳐나가자 그의 형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프루드는 향정신성의약품에 중독돼 있었다는 사실도 부검 결과 드러났다. 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루드가 도움을 받기를 바라서 신고한 것이지 집단 구타를 당하라고 신고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날 뉴욕주 로체스터 경찰 본부에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프루드가 숨진 장소에도 시민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항의했다. 사건을 맡은 뉴욕주 검찰은 "4월부터 자체 조사를 시작했으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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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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