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꿀벅지’인데 무릎은 왜 아프지?

[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80)

“선생님 무릎이 아픈데 좋은 운동방법이 있을까요?”


-허벅지 근육 강화 운동이 좋아요. 허벅지 근육은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허벅지 근육이 강해지면 그만큼 무릎에는 충격이 덜 가니까 무릎 통증이 줄어들 겁니다.


“그러면 선생님 허벅지 근육이 커지면 근력도 세진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요. 근력은 근육의 단면적에 비례해요. 근육 단면적 1cm²에서 3~4kg 정도의 파워가 나오니까 근육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근력도 세지죠.


“그런데 선생님 저는 허벅지 둘레가 23인치나 되는데 근력이 세지는 않거든요. 근육량은 많은데 근력은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진료를 하다 보면 허벅지 둘레가 허리둘레만 한 운동선수도 의외로 허벅지 근력은 약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근육량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근육이 고장 나서다.



근육 부족과 근육 고장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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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이 왜 중요하냐면 근력이 약한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근육량이 부족하다면 근력강화 운동이 옳은 처방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근육이 고장 나서 근력이 약한 것이라면 무리한 운동보다는 오히려 일정 기간 휴식과 적절한 마사지가 더 나은 처방이 될 것이다. 1000cc짜리 엔진을 가진 자동차가 출력을 더 내려면 더 큰 엔진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만약 3000cc 엔진이 고장 나서 1000cc밖에 출력을 못 내는 상황이라면 고장 난 곳을 고치면 된다.


문제는 지금도 많은 병원이나 피트니스에서 근육이 고장 난 사람이나 근육량이 작은 사람에게 무조건 허벅지 근육 강화 처방을 한다는 데 있다. 만약 고장 난 근육에 대해 열심히 강화 운동을 한다면 오히려 근육이 더 고장이 나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근육이 왜 고장 나는가


근육 고장의 원인은 잘못된 자세와 무리한 운동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밭일하느라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많이 하는 사람은 무릎 주위에 있는 힘줄에 무리가 가서 고장이 난다. 의학적으로 이런 상태를 ‘힘줄염(tendonitis)’ 또는 ‘과사용증후군’이라 부르는데, 근육이 고장 나면 근육의 기능이 떨어져서 근력이 떨어진다. 근력이 떨어지는 다른 원인 중 하나는 근막 손상이다. 근막은 근육을 싸고 있는 막으로 근육이 한 방향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근막이 손상되어 탄력을 잃으면 근력이 떨어지고 통증을 유발한다. 근육량이 충분한데도 근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근막과 힘줄의 고장 때문이다.



근육 고장이 잘 진단되지 않는 이유


근육 고장은 진단이 안 된다. 안타깝게도 힘줄이나 근막은 고장 나도 MRI 등 정밀검사에서도 이상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대 의학은 이런 미세한 기능 저하를 찾아낼 정도로 정밀하지 못하다. 그래서 근육 고장은 전문가조차 등한시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통증 진행 과정을 보면 근육이 먼저 고장 나고, 그다음 힘줄이 상하고, 그다음에 관절이 상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은 어렵지만, 모든 통증의 가장 근본 원인인 근육 고장을 미리 진단해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근육 고장을 찾아내 치료하는 법


무릎 통증을 예로 들자면 무릎 통증에 가장 중요한 근육은 대퇴사두근이라고 부르는 허벅지 근육이다. 근막의 경우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근섬유의 직각 방향으로 만져 보았을 때 딱딱하게 뭉쳐있거나 멍든 것처럼 아픈 부위를 가볍게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힘줄염이 생기는 위치는 주로 근육-힘줄 이행부위와 힘줄-뼈 접합부위다.


무릎 통증을 예로 들자면 대퇴사두근(허벅지 근육)이 무릎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고장이 많이 난다. 심한 경우에는 대퇴사두건염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엄지손가락으로 대퇴골이나 슬개골 이행부위를 눌러보면 통증이 있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분을 깊게 눌러서 문지르듯이 마사지하면 된다.


힘줄과 근막 마사지는 일반적으로 2주 정도 하면 회복되는데, 이때부터는 점차적인 근력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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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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