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묘한 시점에···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만났다

[비즈]by 중앙일보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이달초 8개월 만에 비공식 모임

“하반기 경제 더 나빠질 것” 공감대

재계 이끌 새로운 구심점 될 수도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대 기업 총수가 이달 초 비공식 회동을 가진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산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계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식사를 겸했다”고 말했다.



4대 기업 총수 식사 겸해 회동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50)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60) SK 회장, 구광모(42) ㈜LG 대표가 참석했다. 4대 기업 총수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만난 건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회동은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5대 기업 총수 모임의 연장선 성격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말부터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계에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린 총수 회동 시점에 주목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산업계 피해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식사를 겸한 자리였지만 논의 주제는 가볍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망이 상반기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업이 힘을 모으자는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대기업도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 15대 그룹 주력 계열사 상반기 실적 분석에선 15곳의 대기업 중 11곳이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감소로 인한 투자 여력 위축으로 훗날 회복기가 왔을 때 재도약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재계 총수 모임 정례화에 주목


재계에선 총수들의 모임이 정례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5대 기업 총수가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다져졌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무진에서는 논의하기 힘든 다양한 사업 협력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다”며 “한국의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화의 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5대 그룹 총수의 승지원 회동이 그 시작점이다. 이병철 회장이 살던 집을 개조한 승지원은 2010년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 이후 9년 만에 재계 총수들에게 문을 열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총수 4명에게 직접 전화를 돌린 것도 파격적이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2017년 전경련을 탈퇴한 이후 재계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등장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대화 주제에 전기차와 배터리도 올라


재계에선 이날 만남을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배터리 회동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날 대화 주제엔 전기차와 배터리도 올랐다고 한다. 4대 기업 총수는 전기차-배터리를 매개로 올해 들어 공개적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SDI 천안 사업장에서 만났다. 이어 6월과 7월에는 구광모 ㈜LG 대표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업장에서 각각 만났다. 이후 이 부회장이 현대차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를 찾아 정 수석부회장과 두 번째로 배터리 회동을 가졌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총수 간 공감대가 있었다”며 “배터리 시장 전망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SK 소송전은 대화 주제서 빠져


다만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관심이 쏠린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대표의 배터리 소송 빅딜은 이날 만남에선 논의되지 않았다고 재계 관계자는 전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에 전기차 시장 확장이 맞물려 배터리 산업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원가 하락 등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관련 시장은 2023년 이후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3개국이 이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유럽 양산차 기업도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유럽 정부와 기업은 배터리 자체 생산의 프로젝트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제조 기술이 한국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기술 차별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2020년 상반기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회 논의 기업 규제 법안 영향 분석도


재계 일각에선 이번 회동에 국회에 상정된 기업 규제 법안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상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을 올해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에 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